박 현의 기후행동
선거철 환경정책의 정도
환경부는 작년 11월 식당이나 카페 등 매장 내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사용 등을 제한하는 일회용품 규제강화 정책을 발표하며 1년의 계도기간을 설정했다. 그런데 올해 11월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단속하지 않는다.
일회용품 규제정책 갑자기 변경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라고 언급하며, 기존 정책의 변경을 시사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한 조치라고 한다. 2003년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로 시작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최근 들어 코로나, 소상공인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출렁거리며 사실상 대폭 후퇴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등의 방침이 정해진 것은 2019년 11월이다. 당시에도 종이컵 규제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종이컵은 방수를 위해 내부에 코팅이 되어 있지만 박리가 어렵지는 않아 따로 모으면 재활용이 비교적 쉽다. 하지만, '따로 모으면'이라는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행되고,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제이다. 재활용 촉진을 위해 제주도와 세종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부활시키며 타협안을 찾아가고 있다. 즉, 과거 정책까지 포함하여 시대가 공감하는 대안으로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미세 플라스틱의 염려를 담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 비닐봉지 규제 완화는 다른 문제이다.
플라스틱 규제는 세계적 추세이다. 여러 나라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2021년 식당 등에서 의료목적을 제외한 일회용 컵과 컵 뚜껑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이를 선도하겠다며 성안을 위한 최종회의를 유치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소비자와 상인이 모두 플라스틱 사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안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금년 상반기에 사용한 봉지 70%가 '생분해성'이었고 나머지 24%는 종량제 쓰레기 봉지, 6%는 종이봉투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은 대폭 줄였다고 한다.
문득, 학창시절 사회 발전을 고민하며 좋아했던 독일 철학자 헤겔(Hegel, 1770~1831)의 이론이 떠오른다. 헤겔은 '사회 변증법'이라는 이론을 통해 정(正)ㆍ반(反)ㆍ합(合)의 논리적 구조로 사회가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대립적인 두 논리가 주장과 반박의 과정을 거치며 조화로운 타협을 통해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의 일회용품 관련 환경정책이 정말 정ㆍ반ㆍ합의 논리적 진보 과정이길 바란다.
선거와 무관한 기후환경 정책이길
이번 환경부의 정책 변경에 대하여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등의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는 표현 때문이다. 즉, 환경규제 포기나 유예에 대한 비판이 있어도 그냥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이다.
법령 시행 이후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갑자기 원점으로 회귀하는 모습은 충분히 우려를 살만하다. 법령에 맞춰 준비한 사람만 바보가 되는 형태를 만든다면 정부가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곤란하게 만든다. 기후환경 정책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이며, 다소 저항이 있어도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행정부의 정책은 충분한 사전검토 과정을 거쳐 준비되어야 하며, 추진이 결정되었다면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어떤 정책이든 완벽할 수 없기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히 숙의(熟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의 뒷걸음질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선거철에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지구촌과 우리나라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길 바란다.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한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선거철이 아니라 평소에 제대로 된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하길 바란다. 전문가들이 선거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지 않도록 정도(正道)를 걷는 환경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