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전환·저출생·지방소멸 위기 시기의 일자리정책

2023-11-15 10:45:23 게재
정경훈 고용노동부 노동시장 정책관

최근 노동시장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아 본다면 '산업전환'과 '저출생·고령화', 그리고 '지방소멸 위기'다. 노동시장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고용호조성장' 특성 보이는 노동시장

취업자 수가 매월 30만명 내외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점이다. 15~64세 고용률은 7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 역시 2%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 경기 회복 시기 '고용없는성장(Jobless recovery)'이 나타났던 상황에 비하면 이례적 현상으로, 대면서비스업의 빠른 회복 등에 기인한 '고용호조성장(Job-rich recovery)'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지표상으로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문별로는 해결할 과제가 많다. 빈 일자리 수는 2023년 9월 기준 21만5000개로 코로나 이전(2019년 17만8000명)보다 여전히 높다. 조선업·뿌리산업 등 전통 산업뿐 아니라 AI 등 신기술 분야에서도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청년 고용률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퇴직 이후 일을 찾는 고령자들은 많지만 기존 직장만큼 대우받는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다. 여기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일자리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12%의 국토에 50%가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우리 경제를 짊어질 청년들이 지금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일자리 정책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민간에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투자를 확대하여 기업이 성장하도록 하고, 성장을 통해 더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 노동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 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혁신 등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노사법치주의 확립을 통한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 원하청 상생협력 확산 등 노동시장 안정화를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일자리정책 패러다임 전환해야

둘째, 고용서비스 및 직업훈련 중심으로 일자리 사업이 변화해야 한다. 재정지원 일자리 예산은 2017년 15조9000억원에서 2022년 31조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앞으로는 현금성 지원보다는 고용서비스를 고도화하여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훈련 혁신을 통해 신산업 분야 등 새로운 인력수요에 신속히 인재를 공급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정부는 24년도 일자리 예산을 편성하는 데 이러한 점을 적극 고려했다.

셋째, 빈일자리 대책 등 정책적 노력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도 신속하게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업종·지역을 선별하여 '빈일자리 해소방안'을 수립·시행중에 있다. 아울러 신기술 분야에 대한 인력 전망 고도화를 통해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간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노동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취약계층은 두텁게 보호할 것이다. 또한, 일자리 정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집행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업평가 및 환류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