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경제로 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023-11-16 11:39:39 게재
이영선 코트라 아카데미 연구위원, 경영학 박사

성스러운 땅에서 성스럽지 않은 전쟁이 다시 벌어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살 땅에 대한 싸움이어서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이·팔 분쟁은 항상 상대방의 비인륜적 공격으로 자국 어린이들이 사상했다고 분노하면서 격화되기를 반복해왔다. 사실 전쟁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에 가까운데 경제력만 보아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압도한다.

2021년 기준으로 인구 890만명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은 4885억달러, 1인당 GDP는 5만2170달러이다. 가자지구(인구 200만명)와 서안지구(300만명)를 합한 인구 500만명의 팔레스타인은 GDP 181억달러, 1인당 GDP 3096달러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비해 GDP는 27배, 1인당 GDP는 17배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근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은 산업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전기 물 연료 등을 이스라엘에 50% 이상 의존하기 때문에 경제 개발에 한계가 있다. 발전소만 봐도 가자에 1개(140MW), 서안에 건설 중인 1개(450MW)가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 경제 팔레스타인에 비해 GDP 27배로 압도

나라 재정이 부족해 발전소 건설을 위해서는 EU 및 아랍의 원조가 필요하고 건설이나 필요한 장비의 반입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11년 이스라엘에 근무할 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민소득 차이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 기업을 방문하면 대개 1명, 많으면 2명이 나온다. 혼자 방문객을 지원하다시피 한다. 회의장에 음료수를 직접 가져오고 프리젠테이션을 세팅하며 유창한 영어로 회사를 소개한다. 반면 서안의 기업을 방문하면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관련되는 것을 보게 된다. 지구 내에서는 네비게이션 서비스가 안되기 때문에 검문소까지 팔레스타인 운전자가 나와서 외부의 방문객을 맞이한다. 회의장에 도착하면 영어·아랍어 통역원, 컴퓨터 기술자, 발표자 등이 따로 있다. 한 사람이 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보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한 결과일 것이다. 어느 나라나 항공우주는 첨단 산업인데 이스라엘이 유일하게 가진 제조업이 이 산업이다. 기술 수준도 국제 입찰에서도 미국 기업들과 경쟁할 정도로 높다. 일찍이 이스라엘은 잠재 적국들에 둘러쌓인 지리적 환경 때문에 적들의 공격 징후를 재빨리 파악하기 위해 항공우주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의 산업은 한국의 1970년대보다 못하다.

서안의 수도인 라말라, 최대 경제 도시인 헤브론 등에 있는 팔레스타인 상위 10대 기업은 석재 금속 플라스틱 섬유·의류 목재·가구 신발 농산품 등 경공업 위주다. 섬유류는 이스라엘 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아 생산하기도 한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중공업은 없다. 그래서 한 영국계 국제연구소는 지역의 활성화와 안정화를 모두 얻기 위해 성지가 많은 서안에 관광산업의 육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헤브론의 이브라힘 사원에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의 묘지도 있다.

한국도 중동의 이·팔 분쟁에 이해관계 있다

지금 이스라엘은 유대 통일왕국을 세우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다윗 시대에 버금가는 강한 나라이다. 산업 기술도 창의적이어서 우리 기업은 이스라엘의 항공·우주·방산·바이오·S/W 등에서 교류한다. 반면, 이스라엘에 종속적인 경제 구조를 가진 팔레스타인의 경제는 취약하다.

우리가 직접 얻을 것은 거의 없고 오히려 원조사업으로 서안에 직업 훈련 학교, 바이오 연구센터, 공무원 교육원 등의 건립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곳은 지중해에서 중동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서 이스라엘을 통해 중동 진입의 발판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팔레스타인을 내세워 이를 막으려는 중동 국가와의 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와 경제적 유대가 있는 나라들이 이 경쟁에 관련돼 있다. 우리가 이·팔 분쟁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