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인도 넥스트 차이나 될 수 있을까

2023-11-17 11:01:21 게재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변호사·MBA

세계 경제가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와 함께 최근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으로 몸살을 앓는 동안에도 인도 경제는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경제는 지난 10년 간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만 제외하면 매년 6~9%에 이르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사는 인도 경제가 제조업 발전과 소비자 수요 등에 힘입어 2031년까지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6.7%에 이를 것이라 낙관하기도 했다.

이는 부동산 위기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연 5%의 경제성장률도 지키기 어려운 중국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권위주의 정부로 인한 정치 불안과 외교적 고립 등 고질적 병폐로 인해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힘겨운 시간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인도가 '넥스트 차이나'로서 중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인도는 2021년부터 세계 GDP순위에서 한 때 식민 통치국이었던 영국을 6위로 밀어내며 확고부동한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도 식민통치국이었던 영국보다 세계 GDP 순위 앞서

인도 경제의 성장가능성은 우선 인구에서 찾을 수 있다. UN이 수집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수는 14억2800여만명으로 14억250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인구수를 앞질러 올해 처음으로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 되었다. 인도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직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을 낮은 임금에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들의 임금이 상승해 구매력이 높아지면 현지화된 기업의 매출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한마디로 투자자 입장에서 인도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의 보고이자 장차 폭발적으로 구매력이 증가할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오랜 영국 식민지 통치의 결과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거나 인도공과대학(IIT)에 진학해 실리콘밸리 등 세계 유수의 ICT업체에 종사하는 것을 최고의 성공가치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인도 투자를 고민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전략 및 규제 혁신도 인도 경제 성장을 돕고 있다. 2014년 5월 집권한 모디 총리는 '인도에서 만들자(Make In India)'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법인세 인하, 노동법 정비 및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적극적인 해외투자 유치를 함으로써 인도 내 제조업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인도 정부는 최근 테슬라의 인도 전기자동차 공장 유치를 위해 현재 70~100%에 이르는 수입 전기자동차 관세율을 파격적으로 15%까지 낮추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인도 경제 성장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는 것은 인도가 미중 패권갈등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분위기에 제대로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상황에서 인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 동맹의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갖는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족한 인프라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한 행정·사법절차 해결 과제

지난 6월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모디 인도 총리는 9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빠진 G20 뉴델리 정상회담을 주관하며 미국과 군사, 반도체 분야의 전방위 협력을 결의했다. 이는 그 동안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양쪽으로부터 구애를 받으며 모호한 입장에 서 있던 인도가 중국을 대신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할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인도가 명실상부한 '넥스트 차이나'로 지금의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심각한 수준의 환경오염과 부족한 인프라,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한 행정·사법절차 등은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과연 인도가 중국을 뛰어넘는 성공신화를 쓰게 될지는 아직 조심스러운 낙관론으로 지켜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