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손 안에서 실현되는 '직접민주주의'
"수원에는 축구·야구·배구·농구 프로스포츠 구단이 있어 스포츠를 좋아하는 시민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 종목을 보려면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수원 연고 프로구단 통합회원제를 운영해 입장권을 할인해 준다면 시민들이 사계절 내내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6월 모바일 시정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에 한 시민이 "수원 연고 프로구단 통합회원제를 운영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달의 토론 기간에 시민 77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좋은 제안이다. 공감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수원시는 지난 7월 구성한 프로구단 실무협의체에서 시민의 제안을 논의했다. 축구·야구·배구·농구 시즌이 다르고 입장권 판매 플랫폼도 달라 '통합회원제'를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통합회원제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지난 10월 KT 소닉붐(남자 농구), 한국전력빅스톰(남자 배구), 현대건설힐스테이트(여자 배구)와 협약을 체결해 새빛톡톡 가입자는 3개 구단의 2023~2024 프로리그 홈경기 입장권을 20~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의 제안이 정책으로 실현된 것이다.
시민의 제안 정책으로 실현
제2부시장으로 재임하던 2012년 지금은 수원시의 대표 거버넌스 기구로 자리매김한 '도시정책시민계획단'을 만들어 400여명의 시민, 전문가 등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주도형 도시계획'을 추진했다. 그동안 '300인 원탁토론', '500인 원탁토론' 등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정에 반영했지만 125만명 모든 시민의 생각을 담기에는 부족했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방안을 고민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시민이 정책을 제안하고, 다른 시민과 의견을 나눌 수는 없을까? 좋은 아이디어는 정책으로 추진하면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모바일 앱 '새빛톡톡'은 이러한 고민에서 태어났다. 시민이 새빛톡톡 제안토론 게시판에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다른 시민들이 댓글로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토론한다.
많은 시민의 공감을 얻은 아이디어는 담당 부서에 검토하고, 채택되면 정책으로 실행한다.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데, 토론과 투표 등으로 다수 시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추진에 반영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새빛톡톡에서는 내가 올린 제안을 다른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한달간 토론을 거쳐 제안은 구체화된다. 새빛톡톡을 운영한 지 6개월이 됐는데 한번 제안을 올리고 '참여의 기쁨'을 맛본 시민은 두번, 세번 다른 제안을 하며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한다. 반년 동안 벌써 230건이 넘는 제안이 올라왔다.수원의 직접민주주의 실험은 대학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2학기 아주대 행정학과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설된 '행정 인턴'에서는 학생들이 논의해서 새빛톡톡에 올린 제안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있다.
'새빛톡톡'의 실험 대학에서도 주목
수원은 시민이 만들어 가는 도시이다. 시민은 마땅히 주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 따로 있고 구경하는 사람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모바일 직접민주주의 플랫폼인 새빛톡톡이 수원에서 성공하면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 도시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