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위안화 가치 하락 남의 일 아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달러당 7위안이다. 2015년 8월 11일 환율시스템을 바꾼 이후 달러당 7위안이 깨진 게 모두 4차례다. 처음 무너진 시점은 2019년 8월이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고조된 시기다. 다음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2년 2월과 9월이다. 경제 마비로 인한 일시적 환율 파동은 각각 5개월과 3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간다. 외환 당국의 개입 결과다.
마지막은 지난 5월 이후다. 특징은 이전과 다른 패턴이다. 달러당 7위안 아래로 회귀하지 않을 기세다. 환율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소는 수출입과 외국인 투자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3분기 이후 급격한 하락 추세다. 올해 9월 말까지 수출도 마이너스 5.7%를 기록 중이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감소하면서 환율에 힘을 싣지 못하는 구조다.
중국 위안화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달러당 7위안 네번째 깨져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 무역상은 결제를 늦춘다. 환차익을 내기 위해서다. 중국 은행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 무역흑자는 8775억달러다. 하지만 은행에 결제한 외화는 1116억달러뿐이다. 그해 10월과 11월 수치만 보면 마이너스 208억6600만달러다. 지난달 20일 중국 외환관리국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9월 은행 입금액은 1769억달러이고 지급액은 1903억달러다. 마이너스 134억달러다. 연속 3개월째다.
기업의 달러 보유도 위안화 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서비스 수지도 마찬가지다. 주로 운송과 여행 지재권 사용료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중국은 만성 적자국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소모하는 분야인 셈이다.
국가통계국 수치를 보면 올해 고정자산 투자는 9월 말 기준 37조5035억위안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2조1412억위안보다 4조위안 줄어든 규모다. 감소 폭이 마이너스 11%다. 이런 추세라면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9월 말 기준 외환보유는 3조1150억달러다. 3조달러 역시 중국인의 심리적 저항선 격이다.
2016년 12월 4조달러보다 줄어든 규모지만 여전히 세계 1위다. 월가 금융전문가들도 중국의 외화보유를 매우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외환통계발표를 매달 며칠씩 늦추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외환관리국을 이례적으로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의 외화부채는 2021년 말 기준 2조7466억달러다. 올해 3조달러를 넘어설 게 분명하다. 외화부채는 아니지만 외국인직접투자(FDI)나 증권 투자자금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외국기업의 중국투자 잔액은 1조달러 조금 넘는 수준이다. 금융투자 자금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중국에 대한 금융투자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증권 투자고 다른 하나는 사모펀드다. 증권 투자는 말 그대로 팔고 나가면 된다. 문제는 중국증시 부진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중 나가려는 자금이 조금만 늘어도 급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모펀드는 투자계약 상 10년간 묶여 있는 자금이다. 그런데도 다른 업체에 지분을 양도하고 떠나려고 지재권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외자이탈에 따른 위안화 환율 변동 예의 주시해야
중국을 떠나는 외국자금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외자 이탈을 막는 게 급선무다. 외자 철수 시 공식적으로 외환 당국에 내야 하는 비용만 3%다. 외환 통제에 대비해 10% 이상 비용을 내며 빠져나오는 기업도 있을 정도다. 월가 자금도 중국 투자전략을 덜 들어가는 전략에서 안 들어가는 쪽으로 전환 중이다.
외자의 이탈은 중국 신용도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기업인에게 투자를 독려한 것도 신용확보와 무관치 않다. 위안화는 우리나라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통화다. 위안화 환율 변화에 더 민감해져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