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산업단지를 위한 최초의 질문

2023-11-21 10:51:15 게재
이상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1969년 미국 국방부가 만든 아르파넷(ARPAnet)이 UCLA와 스탠포드대 간에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한 최초의 데이터 전송에 성공했다.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은 초기에 군사 목적을 가지고 전국에 흩어진 여러 대학의 슈퍼컴퓨터 센터를 연결했다. 이후 대학 정부기관 기업 등 세계 모든 곳을 '연결'하는 현재의 인터넷으로 발전했다. 미·소 냉전시대에 "핵 공격에도 통신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을까?"라는 최초의 질문을 통해 개발된 것이다.

미래 산단 위한 디지털전환 로드맵 마련

디지털 전환(DX)이란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산업단지도 아르파넷처럼 '연결'의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공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전국의 산업단지를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없을까?"라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노력을 이어갈 생각이다. 답을 찾는 여정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최근 지능화된 미래 산단을 위한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마련했다.

디지털 전환 로드맵의 첫 단계는 '기업 내' 데이터 공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 내 유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ERP 등 소프트웨어, 공장 자동화 장비, 로봇, IoT 센서와 각종 솔루션의 데이터가 연결되고 상호운용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 내 데이터 공유를 위한 상호운용성 확보가 가능해지고 효율적인 스마트 제조로 이어질 수 있다.

두번째 단계는 '기업 간'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산업단지별 유무선 네트워크 고도화를 통해 데이터가 서로 연결되면 기존의 지역, 물리적 공간에서 가치, 밸류체인 중심으로 산단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공장 데이터를 어느 정도까지 공개하고, 스마트팩토리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등이 중요한 질문으로 떠오른다.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리딩 역할과 전문기관의 참여를 통해 공장, 기업의 정보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의 마련, 기술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공단 예산사업 집중해 이끌어갈 것

세번째 단계는 전국 '산업단지 간' 데이터가 공유되는 지능형 산단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전국 산단의 수요~공급 연계 협력이 용이해진다. 수도권의 R&D센터, 첨단산업과 비수도권 산단 간의 동반성장은 물론 전국의 소재·부품·장비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공동 활용 및 거래도 가능해진다. 또한 디지털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원거리 공장의 자율생산 체제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를 서로 백업할 수 있게 되면 국지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디지털 산단도 완성해 나갈 수 있다. 다양한 산업군이 집적된 산업단지와 이러한 산업단지의 연결은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가? 미국 유럽 중국 심지어 인구 130만명의 에스토니아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현재 진행 중인 스마트그린산단사업 경험을 살려 내년부터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공단 예산사업을 집중하여 끌고 갈 생각이다. 입주기업, 연구개발ㆍ표준화ㆍ시험인증기관, 통신ㆍ장비구축ㆍ소프트웨어 사업자 등도 답을 찾는 노력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럼 우리도 미래 산업단지를 위한 최초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