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설화' 왜? 강성지지층 겨냥한 '의도된 실수'
송영길 "어린 놈" 최강욱 "암컷" … 인요한 "준석이" "부모 잘못"
"강성지지층 지지 노리고 일부러 도발" … "중도 이탈 역풍 초래"
◆총선 앞두고 부쩍 잦아지는 설화 = 29일 여야에서는 경쟁적으로 설화가 잇따르고 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한동훈 법무장관을 겨냥해 "건방진 놈" "어린 놈"이란 원색적 표현을 쏟아냈다. 제1야당 전직 대표가 나이 오십을 넘은 대한민국 국무위원을 향해 쏟아낸 표현으로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여권을 겨냥해 '암컷'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조차 "심했다"고 느꼈던지 최 전 의원에 대해 6개월 당원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27일 "(윤석열정권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란 중대한 주장을 내놨지만 근거는 없었다. "아니며 말고"로 들렸다.
여당도 설화 논란에서 뒤지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20일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나라님"으로 표현해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인 위원장은 26일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해 '패드립' 논란을 일으켰다. 인 위원장의 설화로 인해 혁신위까지 사실상 좌초하는 분위기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용산참사를 겨냥해 "용산화재는 … 도심 테러와 같은 심각한 폭력시위였다"고 주장해 참사 유가족의 상처를 건드렸다. 김 의원은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다.
여야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일으키는 설화는 강성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된 도발'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설화는 대부분 출판기념회나 당원 집회에서 이뤄졌다. 이런 행사에는 당원이나 적극지지층이 참석하기 마련이다. 발언 수위가 높을수록 현장 반응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입'이 금도를 넘어 막말을 쏟아내는 배경으로 읽힌다. 정치인의 '입'과 강성지지층의 '박수'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강성지지층의 지지를 업으면 공천이나 당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당내 입지도 굳건해지면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역대 선거에서 역풍 불렀던 설화 = 과거 선거에서도 정치인의 '입'은 수시로 논란을 일으켰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문란한 행위"라는 표현을 썼다가 파장을 일으켰다. 미래통합당 김대호 후보는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30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말해 특정세대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2018년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TV 토론에서 "서울 살던 사람이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골자의 소위 '이부망천' 발언을 했다가 당의 패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노인 폄하 발언을 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열린우리당은 역풍을 맞았고, 정 의장의 한마디로 인해 "수십 석이 날아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정치인의 설화는 본인의 공천·당선이나 당내 입지 강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소속 당에는 엄청난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강성지지층의 입맛만 노린 설화는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을 등돌리게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8일 "개딸이나 태극기의 환심을 사려고 막말을 쏟아내는 일부 정치인은 당에는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다. 선거를 앞두고 터지는 막말은 선거를 완전히 망칠 수 있다. 당 지도부는 시민의 상식을 벗어나는 막말에 대해선 절대 관용을 베풀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