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봉쇄경제'에 갇힌 팔레스타인

2023-12-07 11:31:00 게재
이영선 코트라 아카데미 연구위원, 경영학 박사

필자는 2011년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도인 라말라에 간 적이 있다. 상공회의소에서 일을 마치고 나올 때 거리에서 놀고 있는 한 남매를 만났다. 남자아이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왔고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근처에 있던 그의 어머니가 경계의 눈빛을 보이며 나타나 아이를 데리고 갔다. 지속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외부 사람에 대한 경계 때문일 것이다. 두 아이는 외부와 차단된 분리장벽 안에서 평생 살 가능성이 높다.

그날 우리 일행을 안내해준 팔레스타인 청년은 두 아이의 미래로 보였다. 그 청년은 이스라엘로 건너가는 검문소에 도착하자 자신은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볼 수 있는 바깥세상은 언덕 위에 올라가서 장벽 넘어 보이는 이스라엘뿐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분리장벽 밖에 나가려면 이스라엘 경비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국제교류에 어려움이 있다.

제한적 국제교류가 팔레스타인 경제 발전 저해

팔레스타인 투자진흥청(Investment Promotion and Industrial Estates Agency)이 서안과 가자지구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그곳에 글로벌기업을 유치하려는 것은 경제활성화가 가장 큰 이유지만 글로벌기업을 매개로 국제교류를 하려는 점도 있다. 팔레스타인은 일본 미국 프랑스 튀르키예 독일 등에서 원조와 저리 차관을 받아 농업이나 경공업을 중심으로 여리고농공단지(Jericho Agro Industrial Park), 가자산업단지(Gaza Industrial Estate), 베들레헴종합산업단지(Bethlehem Multi Disciplinary Industrial Estate), 제닌산업자유구역(Jenin Industrial Free Zone) 등을 가동 또는 구축 중이다. 이·팔 분쟁에 독립적인 한국과 같은 아시아 기업의 투자도 원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고립을 벗어나는 방법은 국제교류다. 2000년 만에 다시 나라를 세우고 수차례 중동전쟁을 통해서 나라를 지켰다. 지리적으로 중동에 있으면서 중동 국가들과 교류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는 중동 국가와 교류를 통해서 굳히기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로 1979년 이집트, 1994년 요르단과 수교했고 오랜 공백 기간 끝에 2020년에 이번에도 미국의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맺고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협정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는 공통적으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서 시작했으니 이제 싸우지 말고 교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수교 이후 증가하는 경제적 실익은 이들 국가와 국제교류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이미 많은 이스라엘 기업은 수교 이전부터 미국을 경유한 우회 방법 등으로 UAE의 두바이에 진출해 그곳을 중동 비즈니스의 관문으로 활용했다. 중동 비지니스의 허브를 추구하는 두바이도 중동 유일의 선진국인 이스라엘의 시장과 기술이 필요하다. 중동에서 석유를 살 수 없는 이스라엘에 석유를 팔 수 있고, 관광교류도 활성화된다. 기후환경이 비슷해서 UAE는 이스라엘의 첨단 농업 및 담수화 기술을 채택할 수 있다. 이미 이스라엘의 IT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교 이후 이스라엘 기업의 UAE 투자도 크게 늘었다.

봉쇄를 받는 북한과 쿠바도 경제 발전에 한계

국제교류를 하지 못하는 나라는 낙후된다.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미국 등 서방이 요구하는 국제질서를 인정하지 않아 봉쇄를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앞선 미국 등 서방과의 국제교류를 통한 학습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북한과 쿠바가 70년 가까이 봉쇄를 받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중국과 같은 큰 내수시장이나 중동·남미의 석유와 같이 서방의 봉쇄를 풀 수 있는 지렛대가 없는 것도 배경이다.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류만 허용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