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명문화

2023-12-13 11:06:04 게재

"즉각적·효율적 공급망 위기 극복"

경제·안보·산업 협의체 신설 합의

한국과 네덜란드 정부가 반도체 관련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공동대응하는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는 13일(현지시간) 단독회담 후 발표할 양국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Chip Alliance)이라는 용어를 공식 명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대통령실이 12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최태원 회장과 함께 ASML 클린룸 방문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의 클린룸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방진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암스테르담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이 평시 각별한 협력을 도모하는 가운데, 위기 발생 시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함께 집행해 나가고, 이행해 가는 동맹 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공동성명안에는 반도체 동맹 구축과 함께 △반도체 대화 신설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설 △핵심 품목 공급망 회복력 증진을 위한 정부 간 지식·정보 교류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의 ASML(글로벌 반도체장비 기업) 본사 방문과 더불어 경제안보, 산업정책 관련 다양한 양자 협의 채널의 신설, 그리고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품목 협력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은 양국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의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나아가 이번 반도체 동맹 체결은 상호 보완적 구조를 지닌 양국의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공동 성명 문안에 특정 국가와 '반도체 동맹'을 명기한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고 네덜란드로서도 처음"이라며 "국빈 방문을 떠나기 전부터 매우 집중적으로 공동 성명 문안에 대해서 국가안보실이 네덜란드 측과 직접 치열한 협상을 벌였고 네덜란드도 깊은 고민 끝에 반도체 동맹이라는 것을 공식 명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의 ASML 본사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신설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ASML과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국내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ASML이 국외에 설립하는 첫 R&D 센터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극자외선(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한·네덜란드 기업의 반도체 협력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며 "한국과 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이 더욱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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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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