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베이비붐세대 은퇴 과학자들 활용한 새 지역성장 동력
'지역 경제와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문제 해결사다.' 독일 중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urttemberg, BW) 주정부가 1971년 투자해 설립한 슈타인바이스(Steinbeis) 재단이 내건 슬로건이다. 슈타인바이스는 이 지역 출신으로 산학협력인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아우스빌둥' 창시자이자 정치인이었다.
재단은 3단계 발전, 즉 주의 중소기업 기술컨설팅에서 독일 전역 서비스를 거쳐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했다.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 슈타인바이스
첫번째 단계로 주 정부는 지역 과학자·교수들을 네트워크로 엮어 중소기업 컨설팅을 지원했다. 또한 '4.0' 형태인 주정부(공공기관)·기업·연구소·대학교수들을 네트워크로 엮었다. 당시 독일은 일본의 추격과 이미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사회학적 변동으로 전문인력 활용이 중요했다.
두번째 단계는 1980년대 중반 중도우파 기민당 출신 로타 스페터 주지사가 재단 지원을 확장해 대학·연구소·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원천기술들을 중소기업에 이전하기 시작했고, BW주차원을 넘어 독일 전역에 서비스했다. 재단은 기업들이 발주하는 연구개발 용역을 수주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들 문제해결 성공사례가 많아지고 명성이 높아지면서 주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도 독자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재단 산하에 주식회사와 대학을 설립, 베를린에 슈타인바이스대학을 운영하면서 기술 발굴·이전과 더불어 교육의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재단 성공은 철저하게 고객인 '기업 니즈 맞춤형' 서비스로 특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네트워크, 즉 플랫폼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한 고객맞춤형 교육을 접목해 기술사업화 세미나와 포럼 등을 개설해 병행 지원했다. 컨설팅과 연구용역 분야도 8개에서 40개로 확장됐다. '디지털기술'에서 '관광산업'까지 현대 핵심 산업분야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나아가 독일 최고 응용기술연구소인 프라운호퍼와 협업을 통해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특히 대기업 임원 및 과학 은퇴자들을 프리랜서로 적극 활용한 점이 주효했다. 이들에게 1석 2조, 은퇴 이후에도 여유있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여윳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이 노후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동력으로 작동했다.
세번째로 2000년대 들어 재단은 해외로 기술무역 수출에 나서 성공하기 시작했다. 세계 15개국에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유사한 형태인 918개 슈타인바이스 기업을 설립했다. 나아가 대한민국을 포함해 50개국에 사업파트너를 두고 약 6000명의 글로벌 전문인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 니즈기술을 발굴 성공하고 있다.
독일 사례 참고한 경북의 실험 주목할만
2021년 이 재단은 독일 국내 전체 매출액이 2250억원(1억6050만유로)이다. 재단 상근 근무자수가 1937명에 프리랜스로 2621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교수 출신이 624명이다. 재단은 또 유럽 혁신 주 평가에서 BW주가 전체 3위에 도약하는 데도 기여했다.
오늘날 중국의 기술추격과 초저출산·고령화로 당시 독일과 유사한 우리 환경에서 경북도가 처음으로 베이비붐세대 은퇴 과학자들을 활용하는 '하회과학자마을' 조성에 나섰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관련 세미나도 열었다. 한국형 슈타인바이스재단 모델이 될 수 있다.
성공을 위해 독일로부터 3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다양한 영역의 퇴직(예정) 대학교수, 기업인력 플랫폼 네트워크 구축과 더불어 탁월한 기술전수·연구용역·컨설팅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정하는 일이다. 둘째, 경북 지역에 세계적인 대학도약을 지원하는 '2글로컬 대학' 선정을 계기로 이들 대학 교수들·과학전문인들이 산학협력 친화적 역량을 높여 퇴임 후에도 활동할 수 있게 유도한다. 셋째, 경북의 선도기업들, 즉 포스텍을 포함해 수많은 기업들이 플랫폼에 적극 참여해 4차산업혁명의 성공조건인 '협력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건 이철우 경북지사는 "하회과학자마을을 세계적인 연구자마을로 만들어 지역 성장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새 선도모델이다. 이 마을의 성공을 통해 매년 2만명씩 쏟아지는 베이비붐 세대의 기업임원이나 과학자들을 국가 차원에서도 적극 활용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