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의료·돌봄산업과 장기현역사회

2023-12-15 11:58:09 게재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

11월 28일 일본 최대의 생명보험회사 니혼생명보험이 일본 최대의 고령자 돌봄기업인 니치이홀딩스 주식 100%를 약 2100억엔에 매수하기로 합의했다. 돌봄사업은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에서 고령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일상 업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요한 복지 인프라로 성장해왔는데, 향후 기업의 이윤추구 사업으로서의 성장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생명보험은 보험사업과 돌봄사업의 상승효과를 추구하고 고객 기반도 확충해 초고령사회에 맞는 신사업을 개척해나갈 전략이라고 한다.

일본의 의료·돌봄사업은 고령화와 함께 매출이 크게 확대되는 분야다. 하지만 경영난을 호소하는 중견 및 중소형 돌봄사업자도 많고 도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돌봄사업의 어려움은 경영을 효율화하고 업무시스템을 디지털화하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때문에 투자펀드들이 돌봄기업 매수와 합리화에 나서기도 한다. 이번 니혼생명보험이 매수하기로 한 니치이홀딩스의 경우도 투자펀드인 베인캐피털이 먼저 매수해 수익성을 제고한 상태였다고 한다.

의료·돌봄 효율화로 성장잠재력 높여

고령화와 함께 확대되는 의료·돌봄비용은 국가의 재정적인 부담이지만 한편으로 이들 산업의 효율화, 비즈니스로서의 부가가치 확대 노력은 기업의 매출 신장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의료·돌봄사업도 서비스산업이다. 이들에 대한 지출확대의 상당 부분은 재정으로 충당하지만 재정을 포함한 이들 서비스에 대한 지출확대가 기업 매출이나 관련 근로자의 소득을 확대시켜 국민총생산의 증대 요인으로도 작용해 세수를 늘리는 측면도 있다.

물론 재정적인 부담도 고려하면 의료·돌봄서비스 지출 급증은 무조건 권장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들 초고령사회의 기반 서비스가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간접적인 효과를 낸다고 보고 이를 제고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가정 내에서의 고령자 돌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현상을 성장잠재력 저해 요인으로 판단하고 의료 및 돌봄서비스 확충에 주력해왔다.

또한 일본정부는 예방 의료 서비스의 질과 양적 확대를 통해 고령자의 취업능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의 통상 보행속도는 상승추세다. 2002년에는 10년 전에 비해 보행속도가 10살 정도 빨라졌고, 2017년 조사에서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65~69세 여성의 경우 통상 보행속도는 2007년 초당 1.3m대에서 2017년 1.4m대로 빨라졌다.(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2023) 이로 인한 취업능력도 향상됐다.

일본의 선행적인 장기현역사회 대응 사례 참고할 만

고령자의 취업능력을 제고해 고령자의 취업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노동력 확대, 소비 확대를 통해 일본경제의 성장능력 제고에 기여한다. 초고령사회를 장기현역사회로 만들기 위해 일본의 각 지역에서도 고령자의 취업 건강관리 의료 돌봄 등의 서비스 기반을 일체적으로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고령자를 포함한 주민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생활습관 개선 지도를 의료 서비스와 연계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령자의 현역비율이 높을수록 고령자의 건강상태가 좋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본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료 및 돌봄 비즈니스 활성화 지원책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 또한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한 의료·돌봄분야의 자동화 첨단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간접업무뿐만 아니라 수술 로봇의 확대 등으로 의료·돌봄사업의 극심한 인력부족 문제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우리로서도 이러한 일본의 선행적인 장기현역사회 대응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