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 분쟁지 "카슈미르 특혜 박탈 유효"

2023-12-15 10:34:02 게재

모디정부 헌법상 특별지위 박탈

지역 무슬림 극단적 저항 우려

인도 대법원이 2019년 나렌드라 모디 연방정부의 잠무·카슈미르주(州)에 대한 헌법상 특별지위 박탈 결정이 유효하다고 11일(현지시간) 판결했다고 현지 매체 등이 보도했다. 대법원은 이날 연방정부 결정은 통합과정에 해당하며 그런 결정은 권력의 유효한 행사라고 판결했다.

인도 헌법 370조는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주에 외교·국방 정책을 제외하고 모든 자치를 허용하는 특별 자치권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연방정부 결정에 대해 카슈미르주정부는 주 제헌의회만이 특별지위를 규정한 헌법 370조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취소될 수 있는 임시조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연방정부의 결정 이후 연방직할지로 분할 편입된 잠무 및 카슈미르와 라다크를 각각 하나의 주(州)로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복원하라고 명령했다. 또 내년 9월 30일까지 주의회 선거를 실시하라고 했다.

'남아시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분쟁지 잠무·카슈미르주는 인도에서는 이례적으로 무슬림 주민이 다수를 차지하고 힌두 국수주의 성향인 모디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 정부는 2019년 8월 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지위를 전격 박탈했다.

잠무·카슈미르주는 인도의 주 중에서 유일하게 자체 헌법과 국기를 갖고 있고, 외부인이 토지를 구입하는 것을 금지할 권리가 있다. 모디 총리의 중앙 정부는 이 지역의 국가 자격을 박탈하기 전에 먼저 해당 지역의 전화선과 텔레비전, 인터넷 신호를 끊었고 카슈미르의 정치 지도자들과 기타 유명 인사들을 가택 연금했다. 그런 다음 주를 두 개의 '연합 영토'로 분할해 중앙정부가 직접 통치하게 했다. 이에 따라 외교·국방 외 폭넓은 자치가 허용됐던 당시 잠무·카슈미르주는 잠무 및 카슈미르와 라다크로 분리된 뒤 연방직할지로 편입됐다. 원주민이 누렸던 부동산 취득, 취업 관련 특혜도 사라지면서 주민 불만은 더 커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1일자 기사에서 "이 판결은 카슈미르에서 대중의 항의를 거의 촉발하지 않았지만, 카슈미르인의 오랜 불만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이번 판결로 카슈미르의 평화와 안정은 더욱 멀어졌다는 전망도 있다.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강압적인 통제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카슈미르인들이 인도정부에 순응하기 보다는 급진적 무슬림들이 활동을 재개해 통제의 허를 찌를 것이고 '매우 위험한 지역'으로서 카슈미르의 낙인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내년 4∼5월 총선을 앞둔 모디 총리와 여당 인도국민당(BJP)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대법원 판결은 "희망의 횃불이자 더 밝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고 반겼다.

카슈미르는 1947년 영국 식민지배가 끝난 뒤 각각 탄생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유권을 두고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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