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함께 살아온 백두대간, 함께 지켜갈 한반도

2023-12-19 11:14:47 게재
남성현 산림청장

우리나라는 산의 나라다. 국토의 63%인 산이 한국인에 미치는 정서적·정신적 영향은 지대하다. 우리 삶의 터전이면서 시·서·화의 주제가 되어 우리 민족과 동고동락(同苦同樂) 해온 산, 그중에서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1400km의 단일 산줄기를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 한다.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잇는 한반도의 허리다. 백두대간은 국토를 하나의 유기적 체제로 보는 한국 전통의 지리 인식체계에 근거할 때 한반도의 중심축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백두대간은 또한 위도와 고도에 따라 다양한 기후와 생태계를 보유한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협약(CBD)과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ABS) 발효로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속식물의 38.3%와 희귀식물 107 분류군이 자생하는 백두대간은 자원 주권 확보 경쟁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소중한 생물자원의 근원이다.

훼손된 한반도 중심축 '백두대간'

그러나 이토록 중요한 백두대간이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일례로 강원도 남부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백두대간의 경계에 자병산(872m)이 있다. 백두대간 산줄기가 청옥산(1404m) 두타산(1353m)으로 이어지는 접점인 이 산이 훼손되기 전에는 백리향 금강애기나리 등 희귀식물 군락지와 함께 삵 고슴도치 수달 등 멸종위기 희귀동물의 서식지가 산 전체에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1978년 시멘트 제조를 위한 석회석 채광이 시작되면서 습지와 희귀식물 군락지는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자원채취와 도로 개설 및 스키장 조성 등 경제논리를 앞세운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단절된 백두대간 구간이 270여개소에 이른다. 산림청은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한 훼손을 방지해 국토를 건전하게 보전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3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2005년 지역주민, 관련 협·단체, 관련 부처 등의 협의를 거쳐 세계에서 유일한 선형보호지역인 백두대간보호지역 26만3427ha를 지정했다. 이후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제외되었던 단절구간을 산림청이 적극 매수해 보호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현재는 최초 지정 대비 5.4%(1만4218ha)가 확대된 27만7645ha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데만 그쳐서는 제대로 된 보전과 복원을 기대할 수 없다. 산림청은 지속가능한 보전·관리를 위해 매년 청년들과 함께 백두대간 사랑 캠페인을 벌이고 지역주민 지원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도로 등으로 크게 단절·훼손된 백두대간 생태축 13개소를 연결된 산줄기로 복원했고, 군사시설 채석지 등 인위적으로 훼손된 백두대간 128ha를 산림생태복원하고 있는 등 백두대간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보전·복원 위한 끊임없는 노력 필요

올해로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은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녹화 성공국이다. 우리의 노하우를 활용해 백두대간을 보전·복원함으로써 일류 산림선진국의 자부심을 갖고 백두대간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