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돌린 단체장들 '실리외교' 빛났다

2023-12-19 10:47:17 게재

경기·광주·전남 등 역대급 투자유치

경북·부산·전북 등 국제관계망 강화

올해 13차례 해외순방을 다녀온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도지사들의 '실리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시·도지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해외출장길이 열리자 일제히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곳곳에서 해외기업 투자유치부터 지역 내 기업들의 수출 진작 등 역대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김동연, 올해 국내외 투자유치 50조원 = 18일 시·도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지사는 올해 미국·일본·호주 등에서 세일즈 외교를 펼친 결과 약 14조원의 투자유치를 이뤄냈다. 최근 호주를 방문한 김 지사는 친환경기업 전문투자사인 인마크 글로벌과 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경기도의 해외투자유치 금액으론 역대 최대다. 지난 4월엔 미국·일본을 방문해 4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협약을 맺었다. 김 지사는 임기 내 100조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진욱 경기도 대변인은 "올해 해외투자유치 규모는 약 14조원, 국내외 기업 등의 투자유치를 모두 합하면 5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도 해외자본 유치에 나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강 시장은 올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실적이 3억71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광주의 인공지능 집적화단지에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지난 5월 독일에서 린데, ㈜한양 등과 9억달러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클러스터 조성 투자협약을 맺었다. 9월엔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나라다시와 5000만달러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전남도는 올해만 국내·외 294개 기업을 유치, 20조54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2차례, 올해 3차례 등 5번의 해외출장을 통해 투자유치와 기업지원에 나섰다. 올해 10월 프랑스 출장에선 서울시와 파리시 간 뷰티산업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해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앞선 3월 출장에선 서울투자청과 런던증권거래소, 아일랜드 산업개발청이 MOU를 체결했다. 세계 1위 덴마크 풍력 터빈 기업인 베스타스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서울로 이전하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철우, 한·중·일 지방외교망 정상화 = 이철우 경북지사는 그동안 끊어지거나 소원했던 한·중·일 지방외교망 정상화에 적극 나서 주목받았다. 이 지사는 올해 일본 3회를 포함, 모두 9회에 걸쳐 13개국을 방문했다. 특히 지난 1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돗토리현 히라이신지 일본전국지사회장을 만나 단절됐던 한일지사회의 재개를 합의했다. 지난달엔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한국의 5개 광역단체장, 일본 11개 지방정부단체장이 모여 제7회 한일지사회의를 개최했다. 이 지사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한중 지방외교 정상화라는 협의회장 임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7일 라오스를 방문, 행정수반인 손싸이 시판돈 총리를 만나 계절노동자 500명 확대 등 농업과 산업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충남도가 다른 국가의 중앙정부로 지방외교 대상을 넓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을 확장하고 향후 경제영토를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에 나선 지자체들의 행보도 주목받았다. 2024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세계한상대회)를 유치한 전북은 김관영 전북지사의 해외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 투자유치를 위해 현지 기업과 상공회의소 등을 방문하면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전북 개최의 당위성을 적극 알렸다. 공모로 진행된 내년 대회 개최지 평가에서 인천·제주와 비교해 컨벤션센터·공항시설이 부족한 전북·전주가 선정된 것은 각국 운영위원들과 사전 네트워크를 갖추고 '균형발전' 논리를 설파한 것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박형준 시장이 '대통령 특사'라는 이름으로 각국 정상급 관료들과 접촉해 부산을 알리며 직·간접적 성과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이 직접 만난 해외인사만 143개국, 497명에 달하고 지난 2년간 국내외 기업 투자는 20배가 상승했다. 박형준 시장은 "전 세계가 부산을 주목하면서 부산의 브랜드가 몰라보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호주 미국 등 해외순방 때마다 교민들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한 지지선언을 이끌어내 유치에 성공했다. 인천시는 이를 토대로 인천시 인구와 재외동포를 합쳐 인구 1000만 도시를 꿈꾸게 됐다. 인천을 세계 10대 도시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시·도 국제협력 관계자들은 "중앙정부에 비해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자원과 주민 복리증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팬데믹 기간에 중단되고 내부 논의만 진행됐던 사안들이 올해 해외방문이 가능해지면서 구체적 성과로 이어진 측면이 많다"고 전했다.

곽태영 이제형 김신일 최세호 윤여운 방국진 이명환 곽재우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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