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배워야 할 것들
엑스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경제·산업·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올림픽이다. 최초의 엑스포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됐다. 1928년 파리에서 체결한 '국제박람회조약'에 따라 가맹국의 주최로 5년마다 열리고 있다. 국제박람회기구(BIE)에 등록된 회원국은 170개국이고 우리나라는 1987년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1982년 서울,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 등에서 개최했다. 하지만 이들 엑스포는 인정엑스포로 등록엑스포와 다르다.
OECD 회원국 중 미개최국으로 남아
엑스포는 월드엑스포(World Expo, 종전의 등록엑스포)와 전문엑스포(Specialized Expo 종전의 인정엑스포)로 나뉜다. 월드엑스포는 주제가 광범위하고 5년마다 6주~6개월 동안 개최한다. 전시 면적도 제한이 없다. 하지만 전문엑스포는 명확한 특정 주제를 설정해야 하고 기간은 3주~3개월, 전시 면적도 25h 미만으로 제한된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것은 전문엑스포였고 이번에 실패한 부산 엑스포 2030이 월드엑스포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오사카(1970)와 중국 상하이(2010)가 월드엑스포를 열었고, 2025년 오사카는 두번째 개최를 진행한다. 한국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경제산업 상위 국가임에도 월드엑스포를 개최하지 못한 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고위급 인사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약 976만8194㎞에 달한다. 지구를 243바퀴 돌만큼 어마어마한 거리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엑스포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은 불과 29개국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119개국의 지지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무려 4배가 넘는 격차로 대패했다. 1차 발표 전에 이미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 국가는 122개국이었다.
일본은 한국을 막판에 지지하고 나섰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2025 엑스포 후보 도시 오사카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무역분쟁과 불매운동 등으로 좋지 않은 한일관계 속에서 대승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공개적으로 부산엑스포를 지지한 적이 없다.
새로운 어젠다와 비전 제시할 시점
엑스포 유치 실패 후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범정부적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해 국민을 실망시킨 점 정말 죄송하다.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라고 고개를 숙였다. 한덕수 총리는 "엑스포 유치 실패를 계기로 우리의 외교 체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 중심의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중국과 러시아를 품는 대승적 외교가 필요하다. 과거의 낡은 이념에 취해 글로벌 외교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익에 득이 될 것이 없다.
윤석열정부는 부산 엑스포를 경제 위기를 전환할 마중물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그 기회는 소실되었다. 2024년에는 새로운 어젠다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내년 경제는 더 어렵고 경기둔화를 넘어 침체로 진입해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4월 총선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악재다. 국회는 총선에 매몰되어 있고 국무위원도 총선용으로 차출돼 어수선하다. 2024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