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자감세, 양도소득세 입장 바꾼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

2023-12-20 10:43:05 게재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상향 '유보'→'완화 시사'

과세대상 대주주 7045명, 전체 투자자의 0.05%에 그쳐

일반투자자엔 2025년부터 금투세, 고액자산가만 '감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상향 문제와 관련해 '유보'에서 '완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미 대규모 세수펑크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에서 다시 감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다.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기존 여야합의를 뒤집는 것이기도 해서 파장이 예상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일반 근로소득세는 과세형평이 중요한 반면, 대주주 양도세는 자산·국가 간 자본의 이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완화 여부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정할 때 자본 시장의 특수성과 경제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완화' 쪽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온 대주주 양도세 기준 50억원 상향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여야 합의 일방 파기? = 현재 연말 기준 상장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세금을 피하려는 대주주들이 연말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현상에 반복되면서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상향은 '부자감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행 요건(종목당 보유액 10억원)을 충족하는 주식양도세 대주주는 7045명(작년 신고분 기준)이다. 전체 투자자(작년 기준 1440만명) 중 0.05%에 불과한 고액자산가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60조원의 세수펑크(세수결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주주 주식양도세까지 완화하는데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 후보자의 언급으로 기재부도 사실상 입장을 바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여야 합의를 깨는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여야는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유예하되 △대주주 주식 양도세 기준(10억원) 유지 △증권거래세를 유지하되 세율 완화 등을 합의했다. 2025년부터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요건이 사라지는 대신에 주식으로 5000만원 넘게 벌면 무조건 양도세를 내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양도세가 완화되면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금투세는 여전히 걷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대주주 주식 양도세를 현행 유지하겠다는 기존 여야 합의가 깨지면, 증권거래세와 금투세 관련 합의도 바뀔 수밖에 없다. 야당이 여권의 '합의번복'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은 지난 2000년 종목당 100억원으로 시작됐으나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으로 점차 낮아졌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10억원으로 낮아진 기준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30억원 또는 5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기준 완화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국회 협의 없이 정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미르재단 관여, 겸허히 반성" = 이날 청문회에서는 박근혜정부 당시 최 후보자의 국정농단사건 관여 문제도 논란이 됐다. 최 후보자는 결국 국정농단 관련 "지적하신 사항은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라고 답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미르재단 관련 "최 후보자가 (미르재단 출연기업에) 롯데를 포함 시키라며 모금을 독촉했고 (후보자가)주재했던 회의는 재단 설립 분배금을 정하는 회의가 맞다"며 국정농단사건 재판 기록을 인용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판결문을 근거로 "미르재단에 대한 설립 및 출연 과정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주도했다"며 "(당시)경제금융비서관 최상목은 네 차례에 걸쳐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회의를 주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보면 미르재단 설립에 대한 방침은 윗선에서 결정됐다고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그렇지만 국민 관점에서 부족한 측면, 아쉬운 측면이 있었고 이는 공직을 그만둔 상황에서 많은 걸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 연말 종료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는 방안과 관련해 "내년도에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연장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 투자 증가분의 10%p 추가 세액공제를 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이달 말 종료 예정이다.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할 경우 기본적으로 대·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에 따라 올해 투자액 중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 10%를 추가해 대·중견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 세액공제를 받는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둘러싼 공방에는 "담당 수석(경제수석)이니까 과학기술계와 소통을 못 한 탓도 있다"며 "그런 부분이 없도록 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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