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 20년, 농업의 현실과 미래 | 1. 교역량 변화, 설탕가격 요동

농산물 수입, 수출의 6배 … 협정관세 활용해야 수출길 열린다

2023-12-20 11:36:41 게재

올해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20년이 되는 해다. 2003년 2월 한국은 칠레와 처음으로 FTA를 체결한 후 그동안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해 다양한 보호조치가 취해졌고, 20년동안 국내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피해를 기회로 뒤엎은 품목들도 탄생했다.

내일신문은 올해 전국 고등학교 18곳과 FTA 체결에 따른 농업의 변화에 대한 농경제·농생명교육 프로그램인 'FTA 학교로 가다 2.0'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조별 과제를 통해 다양한 연구조사 결과를 내놨다. 내일신문은 이중 3가지 과제를 선정해 FTA 체결 이후 변화와 현재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정해봤다. 수업을 진행한 교사와 간담회, 학교별 우수과제 선정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15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전국양파생산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농산물 공정 가격 보장 등 22대 총선 3대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자유무역협정(FTA) 첫 체결 후 20년동안 농산물 수입이 대폭 늘고, 수출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국으로부터 수입한 전체 농식품은 3분기까지 280억3000만달러(36조5000억원)로 전체 수입액의 84.2%를 차지했다. FTA 체결국 수입액은 전년 대비 10.2% 감소했다.

수입은 양파가 145.8%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체리 66.1%, 보리는 36.5% 늘었다. 수입 감소 품목 1위는 포도로 전년 대비 16.1% 줄었다.

반면 FTA 체결국으로 수출은 52억7000만달러(6조8500억원)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6배 많은 수치다.

이처럼 수입과 수출의 불균형은 FTA 체결에 따른 협정관세(관세할인율)를 활용하는 수준 때문이다. 수입 농축산물의 경우 협정에 따른 관세 활용률이 90% 이상이지만, 수출할 때는 이를 활용하는 비율이 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농식품 수입 대상국 순위는 △1위 미국 △2위 아세안 △3위 유럽 △4위 중국 △5위 호주다. 이 5개국의 수입액은 3분기까지 237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우리 수출 대상국은 △1위 아세안 △2위 일본 △3위 중국 △4위 미국 △5위 유럽으로, 이들 나라로 수출은 3분기까지 47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3년 3분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3분기까지 지난해 대비 수입이 크게 늘어난 품목은 닭고기·체리·오렌지·보리·양파·당근이었다. 이 가운데 닭고기·양파의 수입 증대 원인은 할당관세로 꼽혔다.

양파와 마늘은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농가 피해가 커졌지만, 딸기와 포도는 국산 수출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냈다. 농정당국은 FTA 체결로 국산 농산물 판매량 증가와 할당관세를 이용한 해외수출 증대를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올해 FTA 가장 큰 피해는 양파 =

올해 가장 피해가 큰 품목은 양파다. FTA 할당관세 영향으로 올해 양파 수입량이 급증했다. 양파는 1~9월 수입량이 9만1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4320만달러(약 563억원)로 전년 대비 200% 급증했다. 양파 수입량이 늘어난 것은 할당관세와 저율관세할당(TRQ)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양파 수입은 중국산 비중이 99.1%로 전년동기대비 1.5%p 상승했다. 중국산 비중 87%에 달하는 당근도 올해 국내산 봄당근 생산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과 수입단가 하락으로 14.5% 증가한 8만7000톤을 수입했다.

오렌지와 체리는 미국산, 포도는 칠레산, 키위는 뉴질랜드산의 수입량 변화가 컸다. 오렌지는 수출국 작황 부진으로 평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수입단가 상승으로 수입량이 크게 감소했던 전년과 비교하면 11.8% 증가한 8만3000톤을 기록했다. 미국산 비중은 85.4%로 4.9%p 하락, 호주산은 13.1%로 5.7%p 상승했다.

포도의 경우 국산 샤인머스캣 점유율 증가로 수입량은 수입산 포도는 16.1% 감소한 3만톤을 나타냈다. 포도 칠레산 비중은 55.5%로 5.4%p 상승, 페루산은 22.3%로 6.9%p 하락했다.

◆축산물 할당관세 활용해 수입산 확대 = 축산물의 경우 품목별로 보면 소고기 수입량은 수입단가 하락에도 전년도 3분기 할당관세 시행으로 수입량이 증가했던 기저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37만8000톤을 기록했다.

미국산 비중은 52.8%로 전년 동기 대비 0.7%p 하락, 호주산은 38.8%로 3.6%p 상승했다. 냉동소고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p 상승, 냉동갈비는 1.0%p 하락했다. 돼지고기 수입량은 국내 생산량 증가와 EU산 돼지고기 수입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7.1% 감소한 40만5000톤을 보였다. EU산 비중은 42.3%로 11.1%p 하락, 미국산은 32.4%로 5.7%p 상승했다. 닭고기 수입량은 국내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과 할당관세 적용 등의 영향으로 29.8% 증가한 18만8000톤을 기록했다. 브라질산 비중은 83.4%로 4.8%p 하락했다. 냉동닭다리 점유율은 3.4%p 하락, 냉동닭가슴은 3.2%p 증가했다.

곡물의 경우 밀과 옥수수 수입이 감소했고 대두와 보리는 증가했다. 밀 수입량은 2023년 1분기 수입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2.1% 감소한 188만5000톤으로 나타났다. 옥수수 수입량은 전쟁으로 인한 우회 운송으로 수입이 지연되며 14.6% 감소한 149만6000톤을 기록했다. 반면 대두는 저율할당관세(TRQ) 물량의 조기 도입으로 4.6% 증가한 24만8000톤을 수입했고, 보리는 맥주 원료인 생맥아 수입 증가 영향으로 36.5% 증가한 20만1000톤을 수입했다.

◆세계 설탕 가격 요동, 국내 수입은 감소 = 올해 들어 사탕수수의 교역량이 국제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수입단가와 관세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설탕(원당)은 사탕수수와 사탕무에서 추출된다.

내일신문과 서울대 농생명과학대가 함께 진행한 교육프로그램 'FTA, 학교로 가다 2.0'에서 경기 양평고 학생들은 'FTA체결에 따른 호주 원당 수입량 감소와 국내 제로 음료 열풍으로 인한 미국 대체 감미료 수입량 변화'를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학생들은 원당 수입량 감소를 제로 음료 열풍과 연관해 연구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연구과제처럼 원당 교역량 변화는 세계 농식품 분야 올해 주요 이슈에 속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설탕 수입량은 수입단가 상승으로 전년동기대비 13.8% 감소했다. 설탕 수입량은 129만4000톤으로 아세안 지역에서 수입은 1.6% 증가한 반면 호주산과 중미산은 23.8%, 36.7% 감소했다. 3분기까지 사탕수수당의 ㎏당 수입단가는 전년동기대비 19.2% 상승, 평년동기 대비 62.6% 상승한 0.59달러를 기록했다.

설탕 가격 상승은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중 하나인 인도에서 가뭄이 발생하면서 사탕수수 수확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설탕 수출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내년 태국 원당 생산량 감소 전망 등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각국은 설탕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슈거플레이션'(설탕가격 상승으로 설탕을 원료로 하는 식품의 가격 상승이 동반되는 현상)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설탕 주요 수출국의 수출량 감소와 운송비 상승, 바이오에탄올용 수요 증가에 따른 설탕가격 상승으로 인한 현상이다.

당분간 국제 설탕가격은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설탕과 원당에 대한 할당관세를 추진하고 국제 설탕가격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국제 설탕가격이 국내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제작지원 : 2023년 FTA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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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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