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 20년, 농업의 현실과 미래 | 2. FTA 최대 수혜주는 '딸기'

한국 딸기의 달콤한 유혹 … FTA 타고 동남아 석권

2023-12-21 11:15:24 게재

낮은 관세로 수출길 열어

향후 수출 전망은 '흐림'

노령화·생산감소 대책시급

올해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20년이 되는 해다. 2003년 2월 한국은 칠레와 처음으로 FTA를 체결한 후 그동안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해 다양한 보호조치가 취해졌고, 20년동안 국내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피해를 기회로 뒤엎은 품목들도 탄생했다.

내일신문은 올해 전국 고등학교 18곳과 FTA 체결에 따른 농업의 변화에 대한 농경제·농생명교육 프로그램인 'FTA 학교로 가다 2.0'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조별 과제를 통해 다양한 연구조사 결과를 내놨다. 내일신문은 이중 3가지 과제를 선정해 FTA 체결 이후 변화와 현재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정해봤다. 수업을 진행한 교사와 간담회, 학교별 우수과제 선정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강화석·안병숙씨 부부가 농장에서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밀양은 국내 딸기 시배지로, 딸기 재배 농민으로 구성된 밀양딸기생산자협의회협동조합은 올해 딸기 수출 200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도와 맛이 좋은 밀양딸기 수확 시기는 11월 말부터 5월까지다. 연합뉴스


"딸기가 이렇게 인기 과일이 될 지 몰랐습니다. 한알에 1000원씩 하는데도 다 팔려요."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젊은 부부가 말했다. 한국산 딸기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 과일이 됐다.

특히 한국 신선딸기는 동남아 지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남아 망고가 한국에서 비싼 값에 팔리던 것과 비교하면 4~5년 만에 과일 수출지도의 형국을 바꾼 것이다. 딸기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이후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딸기는 국산 품종 보급률이 10%에 그치는 등 대표과일 축에 들지 못했다. 상품성도 떨어지고 유통망도 불안했다. 국내에서도 주로 일본산 품종(이키히메 등)을 재배했고 사과·배에 밀려 주목받지 못한 과일이었다.

◆동남아 고품질 과일시장 주도 = 한계에 부딪혔던 국산 딸기는 FTA로 기회를 맞게 된다. 싱가포르와 FTA 협정이 2006년 발효됐고 2007년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도 FTA를 체결했다. 싱가포르 FTA 발효 전인 2005년 딸기 수출액은 44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06년부터 수출량이 증가하면서 2018년 이후에는 매년 5000만달러 이상 수출고를 기록했다. 2020년 수출 최고치를 갱신했고 저장과 유통 고급화를 통해 단가도 올라갔다.


코로나로 인한 고비도 있었다. 딸기 수출물량의 90% 이상은 저장성 좋은 '매향'이 차지했지만 코로나 이후 항공물류에 차질을 빚으면서 품종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수출에 특화된 품종이어서 국내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던 탓이다. 딸기 농가는 가격이 높은 '금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금실'은 '매향'에 '설향'을 섞어 만든 품종으로 당도가 높고 큰 것이 특징이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딸기 농가의 돌파구가 됐다. 코로나 이후 수출량이 소폭 줄었지만 단가가 높아지면서 수출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효과를 본 것이다.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딸기를 가장 좋아하는 곳은 홍콩이다. 홍콩은 한국 딸기 수출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딸기 인기도 높아졌다. 인도네시아의 딸기 수입은 70%가 한국산이다. 단가도 미국과 호주산에 비해 두배가량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에서도 한국 딸기는 고가에 팔리는 프리미엄 과일로 자리매김했다. 5성급 '롯데호텔사이공'은 한국에서 유행하던 딸기 뷔페를 베트남 현지에 도입했다. 고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산 딸기를 활용한 메뉴 24가지를 선보였다. 2021년 베트남 수출 실적은 734만달러(약 90억4000만원)로 전년보다 12.8% 뛰었다.

◆한-아세안 FTA 협정관세 효과 = 딸기 수출길이 열린 것은 FTA의 협정관세(원산지 증명 등 특정 요건 충족시 관세 인하율) 효과가 컸다. 수출국 대부분이 FTA를 체결한 곳으로 낮은 협정관세 덕을 봤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대표 국가다. 지난해 싱가포르 딸기 수출액은 1224만달러로 홍콩에 이어 두번째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딸기 수출관세는 홍콩이 무관세이고 싱가포르와 태국은 협정관세로 0%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규모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도 영향을 끼쳤다. 태국에서는 RCEP 발효로 기존보다 더 큰 관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아세안 FTA 체결에 따른 관세는 5%이지만, RCEP 발효로 관세는 0%로 떨어진 것이다. 딸기는 태국 수입시장에서 2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동남아국가들이 포함된 RCEP 출범을 계기로 관세율 하락 등 시장진출 여건은 점점 나아질 것"이라며 "이를 잘 활용해 아세안시장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긴급 전용기 투입, 항공 물류 확보 = 딸기는 유통기간이 짧아 수출물량의 90% 이상을 항공으로 운송한다. 코로나 이후 딸기 수출은 선적공간 부족과 운임상승으로 위기에 처했다. 수출을 준비하던 농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항공이 싱가포르와 홍콩에 긴급히 딸기 전용기를 투입해 수출물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수출물류비를 추가 지원하면서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수출액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농식품부는 국적항공사와 협의해 내년부터 매일 딸기가 항공운송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원해 생산자와 수출업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케이베리'는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인천공항 인근에 물류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공항 도착 후 딸기가 방치돼 품질이 떨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수출딸기는 보통 아침 7~9시 사이에 항공사 터미널에 입고되고 이후 비행 일정에 맞춰 선적이 이뤄진다. 통상 비행기가 있는 주기장(아스팔트) 위에서 2~4시간을 대기하는데 케이베리는 공동물류체계를 도입해 신선도를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출량 확보하려면 국내 생산기반 안정화 필요 = 신선딸기 수출량이 늘었지만 냉동딸기 수입량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기반이 생육환경에 따라 불안정하고 수출이 크게 늘어날 만큼 생산량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신선딸기 수출량은 172톤으로 전년(198톤) 대비 13% 감소했다. 경남지역에서 생육지연으로 인한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출가격은 ㎏당 19.9달러로 전년(20.5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11월 주요 수출국은 태국(22%) 싱가포르(21%) 베트남(18%) 홍콩(16%) 순이다. 1~11월 누적 수출량은 3829톤으로 전년(2928톤) 대비 31% 증가했다.

반면 11월 냉동딸기 수입량은 740톤으로 전년(757톤)과 비슷한 규모다. 주요 수입국은 중국(52%) 페루(21%) 이집트(12%) 칠레(9%) 등이다. 1~11월 누적 수입량은 1만2135톤으로 전년보다 5% 증가했다.

신선딸기 수출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12월 출하량은 전년보다 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재배면적 감소가 원인이다. FTA 협정관세를 활용해 신선딸기 수출길은 열었지만, 향후 생산량 확보를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작지원 : 2023년 FTA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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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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