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정시 지원 전략
최상위 변별 갖춘 수능, 취득 점수 극대화 방법 찾아야
영역별 반영비율, 선택과목별 유불리, 군별 지원 흐름, 최종 선발 인원, 경쟁률 등 정시 변인요소 체크
2024학년도 통합 수능 3년차.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수능 만점자 감소와 표점 최고점 상승이 말해주듯이 최상위권 변별은 확실한 수능이었다. 문제는 불수능의 직격탄을 받은 중상위권 수험생들이다. 같은 점수를 받고도 지원 전략을 섬세하게 짜지 않으면 뜻밖의 결과와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국·수·영이 모두 어려웠던 데다가 탐구는 일부 몇 과목을 빼고는 경쟁력을 잃었다. 내가 취득한 점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담임교사나 컨설턴트 한 명의 판단, 혹은 단일기관의 모의지원만으로는 합격을 장담하기 어렵다. 수험생 본인은 물론 가족이 함께 꼼꼼하고 치열하게 지원할 곳을 찾아야 할 듯하다. 2024 정시 지원 전략 수립을 위한 다양한 변인 요소들을 살펴봤다.
참고자료: 2024학년도대학수학능력시험채점결과(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성학원·이투스·유웨이·종로학원·메가스터디 2024학년도 정시설명회 및 자료집
활용지표 및 영역별 반영비율 확인
각 대학은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 다양한 반영지표를 활용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별도의 활용지표 관련 기사를 통해 설명했지만 상위권 표준점수 변별이 확실한 올해의 경우, 고득점자일수록 표점 활용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취득한 수험생의 경우라면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표점이어도 백분위에서는 같은 점수대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관심이 몰려있는 의학 계열의 경우 비수도권의 많은 대학에서는 백분위를 활용한다. 의대가 아닌 서울 주요 대학의 상위학과에 지원할 것인지, 지방 의대에 지원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이후 각 대학의 활용지표를 확인해 합격 여부를 예측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영역만 망치고, 수학?영어?탐구영역에서 백분위 98을 받은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학생은 약대 지원을 생각하며 공부를 해왔다. 그런데 불수능의 원인이 되었던 국어가 3등급 정도의 성적대가 나왔다. 표점을 활용하는 서울 주요대에서는 공대 입학도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백분위를 활용하며 영역별 선택이 가능한 지방 약대에 지원한다면 합격할 수도 있다. 목포대나 순천대 약대의 경우 백분위를 활용하며 수학이나 탐구 영역은 필수이지만 국어나 영어 중 한개 영역만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세 학교만 비교해 봐도 영역별 반영비율에 따른 유불리가 분명하게 보인다. 자연계열의 경우 국어 점수를 살짝 놓쳤다면 세 대학 중에서 연세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반영비율이 22.2%로 가장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어와 함께 영어도 점수를 놓쳤다면 연세대를 지원할 수 없다. 영어영역에서 가/감점을 하는 게 아니라 반영비율로 점수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문계열이라면 국어영역 점수를 놓치고는 연세대에서도 합격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지원 대학의 라인을 낮춰야 한다. 인문계열 국어영역에서 높은 표점을 받았지만 탐구영역 점수가 약하다면 3개 대학 중에서 연세대에 지원해 볼 수 있다. 탐구영역 반영비율이 16.7%로 가장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구 점수가 낮으면 연대갈까?’하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서 노파심에 한 번 더 짚어보자면, 연대는 영어를 잘 본 학생들끼리의 경쟁이라는 점이다. 인문계열은 영어 반영 비율이 16.7%나 된다. 연대식 점수로 환산하면 영어 1등급과 2등급은 거의 8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러니 영어 점수가 낮다면 의미 없는 고민이다.
SKY대학 중에는 없지만 탐구영역에서 한 과목만을 반영하는 학교도 있다. 만약 탐구 한 과목을 매우 망쳤다면 이 대학들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선택 과목 유불리와 교차지원 주의
2023 대입에서는 영역별 유불리가 화두였다. 국어의 표점이 낮은 탓에 수학 고득점자가 유리한 입시였다. 하지만 올해는 영역별 유불리보다 영역 내 선택과목의 유불리가 두드러진 입시였다. 2022 통합수능 첫해의 모습과 유사하다. 국어영역 선택과목인 화작과 언매, 수학 영역 선택과목인 확통과 미적/기하의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너무 분명해진 것이다. 만점을 받아도 화작 선택자는 언매 선택자를, 확통 선택자는 미적 선택자를 이기기 어려운 구조다.
이 말은 작년 한 해 주춤했던 교차지원이 올해 다시 활발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언매+미적 선택자가 인문계열로 교차지원 했을 때 화작+확통 선택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인문계열 중에서도 수학영역에 가중치를 주는 상경계열로 지원하면 성적 우위는 더욱 확실해진다. 경제, 경영, 통계학과 등에 진학한 이과 학생들은 중도 이탈률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학들이 전과, 복전, 다전공 등의 기회를 많이 열어주고 있고, 내년부터는 아예 무전공 선발 인원도 늘어날 계획이라 합격 대학을 한 라인 정도 올릴 수 있는 교차지원은 자연계열 학생들에게 매혹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나?다군 중 한 장 정도는 교차지원에 활용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
작년에 비해 올해 사탐의 표점 최고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사문, 정법, 경제 단 3과목만 70점을 넘겼다. 대다수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윤사, 한지, 생윤은 표점 최고점이 70을 넘기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과탐Ⅰ의 표점도 68~69점으로 낮다는 점이다. 학교별로 발표하는 변환표준점수가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 변표로 발표되어도 큰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차지원의 변수로 작용할 요소는 국어와 수학 영역의 선택과목이다. 그나마 국어영역에서 언매와 화작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표준점수 4점정도 차이나지만 수학 영역에서 미적과 확통은 단순 표점 최고점 비교로 무려 11점이 차이난다. 여기에 개별 학교의 수학 반영비율이 더해지면 인문계열 수험생들은 방어력을 갖추지 못한 싸움터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통합 수능 3년차 이므로 교차지원의 규모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 있다. 인문계열이라면 너무 도전적인 지원보다는 안전 지원 카드를 반드시 확보하는 것이 좋겠고,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면 지원 카드 중 한 장 정도는 학교 라인을 바꿀 수 있는 교차지원으로 고민해 보는 것도 매력적인 합격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서울대 2022학년도 인문계 학과 합격생 중 이과학생 비율은 44.3%, 2023학년도 인문계 학과 합격생중 이과학생 비율은 51.6%였다.
영어 반영 방식 고려
영어 절대평가 이후 1등급 비율이 최저를 기록했다. 영어영역에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한다는 성균관대는 아예 1등급과 2등급의 표준점수를 동점으로 발표했다. 1등급과 2등급 학생들의 실력차이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일정 등급 이하부터는 등급 간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학교들도 있다. 영어마저도 불수능에 충실했던 올해 수능에서는 영어영역에서 뜻밖의 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정시 전략을 세울 때에는 학교별 등급 간 영어 반영 방식과 환산 점수를 신경 써야 한다.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 살펴야, 괴물 같은 과탐Ⅱ의 영향력
연대를 비롯해서 몇 대학이 변환표준점수를 발표했다. 탐구영역은 선택과목별 불이익을 상쇄하고자 많은 대학들이 변화표준점수를 발표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변환표준점수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통합 변표 혹은 계열별 변표 적용이다. 통합 변표의 경우 사탐과 과탐 모두 같은 변표를 적용하는 것이고, 계열별이라면 과탐일 경우와 사탐일 경우 서로 다른 변표를 적용하는 것이다. 변표는 백분위를 중심으로 각 대학별로 일정 기준에 따라 산출 값을 조정하는 것이므로 대학마다 모두 다르다.
2024 수능의 경우 탐구 영역의 큰 이슈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소수의 최상위 수험생이 지원하는 과탐Ⅱ 이슈가 있다. 올해 수능 만점자와 표점 최우수자의 차이는 탐구과목의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과탐Ⅱ의 표준점수가 다른 선택과목별 대비 탁월하게 높았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대가 2024 정시부터 과탐Ⅱ 필수응시 기준을 폐지해서 올해는 과탐Ⅰ+Ⅰ으로 공부한 수험생이 많았다. 그런데 일부 수험생이 선택한 과탐Ⅱ의 표점이 매우 높게 나왔다. 서울대는 탐구에서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표준점수 그대로를 사용한다. 여기에 과탐Ⅱ과목 가산점까지 있다. 한개 과목이면 3점, 2개 과목을 모두 Ⅱ과목으로 선택했다면 5점이다. 기존 표점이 높은 상태에서 가산점까지 챙긴다면 과탐Ⅰ선택자들과의 경쟁에서 당연히 우위를 점령할 수밖에 없다. 복수의 모의지원을 통해 과탐Ⅱ 선택자들의 지원 흐름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과탐 선택 과목별 유불 리가 발생하듯 사탐도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존재한다. 정법과 경제의 만점 표점은 73점이지만 윤사와 세계사의 만점 표점은 63점으로 정법&경제 대비 10점이나 낮다. 자연계열 최상위 수험생들이 과탐Ⅱ 선택자들의 지원 성향을 지켜봐야 하듯 인문계열 최상위 수험생들도 모의지원과 상담 등을 통해 정법과 경제 선택자들의 지원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모집 군별 흐름 주목! 군 이동 대학 확인
재도전을 각오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수험생의 지원 성향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시에서는 가?나?다 군을 놓고 상향과 적정, 안전 지원을 고민하게 된다. 적정이나 안전 지원은 대부분 가군이나 나군에 놓는 경향이 강하다. 수험생 대부분이 선호하는 대학이 같고, 비슷한 생각을 하며 움직이다 보니 정시 군별 지원에 일정한 흐름이 생기곤 한다. 변수는 군을 이동하는 대학이나 학과의 발생이다. 내가 지원하는 학교나 학과가 아니라도 지원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기는 요소이므로 올해의 변동사항은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
올해 큰 변화 중 하나는 가군의 연고대 지원자가 나군의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점과 다군의 성대 등장이다. 치대와 한의대 사이에 자리 잡은 약대와 나군의 서울대 등장은 작년까지 보여줬던 최상위권 학생들의 정시 지원 흐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더하여 성균관대가 전자전기공, 수학교육, 건설환경공학과 함께 글로벌바이오메디컬을 나군으로 이동시켰다. 이는 서울대를 지원하기에 불안한 가군 연/고대 지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최상위 대학의 이런 지원 흐름 변화는 바로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숙으로 쭉쭉 이어져간다.
다군의 성균관대 등장은 또 다른 변수가 된다. 성균관대는 2024 정시 다군에서 반도체융합공학과와 에너지학 40명을 선발한다. 다군에 중앙대 추합이 많이 돌았던 이유는 중앙대 이상의 지원풀이 다군에서 지원할 학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균관대의 등장은 분명히 중앙대의 경쟁률과 입결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성균관대의 경쟁률과 입결은 어느 정도에서 형성될까? 복수의 모의지원을 통해 수험생들의 심리 상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2024 모집 군별 이동을 조금 더 살펴보면 중앙대 인문계열 모집 단위 중 간호, 국제중국어문, 프랑스어문, 일본어문, 독일어문, 러시아어문 모집 단위가 가군에서 나군으로 이동했다. 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학교는 서울시립대다. 세무학과, 행정학과 등 서울시립대의 상위학과들이 나군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사이익을 얻을 곳은 가군 경희대의 사회학과, 무역학과 등이다. 지원군이 겹치는 중앙대가 나군으로 이동했으니 수험생 지원 흐름에 변화가 발생해 경쟁률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가군에서 경희대가 사회과학광역 등의 모집 단위를 신설했고, 한양대에서 의류, 식품영양, 실내건축디자인 등의 모집단위를 신설했다. 중앙대 일부과가 나군으로 이동했지만 가군 선택의 폭은 여전히 넓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수시 이월로 인한 최종 모집 정원 변화와 경쟁률 확인
오는 12월 29일(금)부터 각 대학들은 수시 이월모집 인원을 발표한다. 최초 정시 모집 인원에 수시 이월 인원이 합해져야 비로소 정시 최종 모집 인원이 확정된다. 불수능으로 인해 수시 이월 인원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지만 충성스러운 학생을 선발하고 싶은 학교측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수시에서 선발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수시 이월 인원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시에서 모집 정원을 미처 채우지 못한 경우, 정시 모집 계획이 없던 학부나 학과에서도 갑자기 정시 모집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수시 마감까지 기다리기 불안해하지 말고 지난 2~3년간의 수시이월 인원을 확인해 두면 어느 정도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최종 모집 정원의 변화와 함께 마지막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경쟁률이다. 문제는 마지막 발표에서 경쟁률이 낮으면 갑자기 그 과로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했던 고민은 다 잊고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학과로 지원한다. 이 경우 당연히 성공률은 높지 않다. 기대와 달리 입결이 치솟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서 접수는 마감 하루 전 경쟁률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까지 경쟁률을 지켜보는 것은 좋은 자세이긴 하지만 화면에 찍힌 숫자에 현혹되어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한 결과로 시나리오 3~4가지를 마련한 후 경쟁률을 지켜보다가 마감 전날, 혹은 마감 날 오전 경쟁률까지 확인한 후 차분하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