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2024-11-07 13:00:01 게재

“기후변화에 밥상물가 위협, 민심까지 흔들린다”

취임 2개월 만에 ‘기후변화 대응 수급TF’ 구성, 고랭지 채소 생산기반 붕괴 대응

55년된 낡은 비축기지 14곳 새로 정비해야 … 대기업과 저탄소 식생활 저변 확대

“민심은 밥상에서 나온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최근 이 말을 가장 실감하고 있다. 홍 사장은 “전례없이 치솟은 밥상 물가에 꾹 참았던 민심이 폭발했다. 밥상 물가라도 안정됐으면 국민들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밥상 물가와 홍 사장의 업무는 절반 이상 겹쳐있다. 농수산식품의 수급을 안정화해 서민들 밥상에 안전하게 올리는 것이 aT 주요 업무다.

홍 사장은 올해 농식품 가격 급등은 기후변화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농수산식품의 안정적 유통을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잘 읽어 이에 맞는 수급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홍문표 사장 충남 홍성 출신으로 건국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4선을 역임했다. 의정활동 내도록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한 농업전문가다. 2008년부터 3년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했다.

홍 사장은 “한 일본 교수가 앞으로 한국 고랭지 채소지대는 없어진다고 하더라. 일본 사람이 이야기하니까 자존심도 상했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5~6년 후 대한민국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인데 정부에서는 이점을 유념해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했다. 고랭지 채소는 20도 미만을 유지하면서 생산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강원도 고랭지 지대가 30도씩 올라가며 생산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홍 사장은 “농수산식품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체계적인 조직과 예산이 없다”며 “aT가 그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T 사장으로 부임한 뒤 현장 경험을 확대한 홍 사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처방안을 임기 중 주요 사업계획으로 확정했다. 이를 위해 국회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과 예산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취임 2개월을 맞은 홍 사장을 10월 3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나 밥상물가 안정화 방안 등을 들어보았다.

●안정적 먹거리 공급이 aT의 역할인데 기후위기 상황에 우리 농업을 살리고 먹거리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9월 10일 ‘기후변화 대응수급TF’을 구성했다. 단기적으로 물가안정, 중장기적으로 기후·인구·소비 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수급안정 종합대책을 수립해 이행할 것이다. 신품종을 개발하고 재해보험제도를 강화하고 전략형 비축창고를 확보하는 한편 저장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기후변화 대응수급TF에서 할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무엇인가.

aT 수급이사를 단장으로 해 올해 국회 공청회 등을 준비 중이다. 관계기관과 협의해 공동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신품종 개발은 농촌진흥청과 협력이 필요하다.

속성재배로 단기간 내 수확이 가능한 품종을 개발해 이모작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 전남 양파 등 품목별 주산지에 생산물을 변질없이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비축기지를 확보하는 것도 기후변화 대응의 한 축이다. 이를 위해 저온 저장기술인 CA저장기술을 기반으로 저온유통체계를 구축해 농산물 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 관련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가 있다면

농식품 분야 기후변화 대응은 5단계로 나누고 총 15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aT가 집중 추진해야 할 분야는 비축기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aT가 운영하는 비축기지가 14곳이 있다. 이중 직접 소유한 비축기지 6곳은 지은지 평균 54.5년된 곳들이다. 상온 1도 정도에서 배추를 최장 75일까지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일찌감치 개발됐지만 현재 비축기지에서는 10도 이하로 유지할 수 없다. 때문에 온도조절이 필요없는 쌀이나 콩을 보관하고 있다.

이마저도 1년 지나면 출고해야 하는데 급식용으로 사용돼 군인이나 학생들에게 공급되는데 냄새 난다고 안먹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비축기지를 새로 정비하는 것이 중점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외국계 곡물회사인 카길의 경우 3년동안 저장할 수 있는 대형 비축창고를 가지고 있다. 하나에 500억원씩 필요한데, 정부에서 1년에 3곳씩 공급하면 5년간 15곳을 확보할 수 있다. 1년에 필요한 예산이 1500억원 정도인데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규 비축기지 설치를 중요하게 본 이유는

강원도 고랭지 채소밭이 줄어들면 거기서 생산한 배추를 비축해서 수급상황에 맞게 공급할 수 있다. 전남의 양파 생산지도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출하된 양파를 비축기지에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면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수입으로만 해결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생산물의 질과 양이 급격히 변화하기 때문에 비축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온유통시설인 CA창고 보급도 단계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김장철이 다가왔다. 배추 등 김장재료 가격이 폭등했다가 서서히 안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서민들은 고물가에 고통받고 있다. 배추 가격 안정화 방안은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통계농업이 필요하다. 배추가 기후변화의 파동이 났다. 예를 들어서 30만톤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1년에 필요한 배추라고 하면 17개 시도에다가 공고를 낸다.

배추 30만톤 생산해야 되는데 시도별로 분배해서 생산해달라고 한 뒤 초과 생산된 배추는 정부가 매입하고, 수량이 모자라면 농민단체와 농민들과 협의해서 수입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소비량의 70%는 맞출 수 있다. 나머지 30%는 농촌에 가면 조그마한 밭뙈기 농사하는 분들이 있다. 시장경제 체계 안에서 수급되는 물량이다. 이것이 통계농업의 핵심이다. 이렇게 확보한 배추는 아까 말한 CA창고에 대량 보관해서 수급상황에 맞게 공급하면 된다.

●기후변화에 따라 농업환경이 불안정해졌다. 자연재해 등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농민들의 이탈도 늘고 있다. 대책이 있다면

농업분야 재보험제도를 더 확대해야 한다. 지난 국회에서 정부 5, 지자체 3, 농민 1을 부담하는 재해보험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정부 6, 지자체 3, 농민 1을 부담하는 것으로 바꾸려고 한다. 대상품목도 27종으로 늘려 농민 부담을 대폭 줄이려고 한다.

●쌀을 제외하면 곡물자급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불안정한 식량안보 상황인데 식량과 주식 개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량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기후플레이션 시대에 농업 생산성 변동이 커지고 있어 식량 공급이 더 중요해졌다. 식량수급 불안정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주식 개념을 쌀에서 5곡(쌀 밀 콩 옥수수 보리)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곡물을 활용한 식량안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쌀 생산량이 늘었지만 소비량은 줄면서 쌀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 등 쌀 문제로 농정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

앞서 말한대로 주식의 개념을 쌀에서 5곡으로 확대해야 한다. 쌀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률은 매우 낮다. 쌀보다 다른 곡물생산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쌀을 생산할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쌀 생산이 줄지 않을 것이다.

●aT의 핵심 사업이 유통이다.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만 농민들의 수익이 늘지 않는 이유로 유통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유통망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하고 있나.

농어업인 축산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유통업무가 우리 aT가 하는 일이다. 유통망이 지금 5~6단계가 되면서 작게는 9%에서 많게는 21%까지 중간에 마진을 먹는다. 소비자도 제 가격을 못받고 생산자도 그렇다. 이번에 대폭 구조를 바꾸는 것이 온라인 도매제도다.11월중 온라인도매상 활성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한국 농수산식품인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상반기 기준 62억달러를 넘어섰다. 주로 김밥과 라면, 김 같은 식품의 인기가 높은데 앞으로 한계상황이 올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수출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가 있다면

K- 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역별로 특색이 다르다. 국내에서 보면 홍대 다르고 성수동 다르다. 지역마다 선호하는 식품이 있고 그에 맞는 물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지역별로 그런 경향이 있다. 그것을 찾아 집중 공략해야 한다. 요즘 라면 인기 있다고 그냥 라면만 마구잡이로 수수출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수출할 수 있는 그 지역의 정서 파악 또는 지역민 선호도를 빨리 조사해서 공급해야 한다. aT 해외사무소는 이런 일을 해야 한다.

●저탄소 식생활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내 최고 대기업 측에서 연락와서 만났다. 계열사와 협력업체가 600개가 넘는데 이곳에 국내 농수산식품을 공급해 직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굉장히 빠르게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자체 농수산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aT와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이제 학교급식이나 기업급식도 저탄소 식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공급해야 한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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