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한다
연구회 발족 … 김문수 고용부 장관 “매년 소모적 갈등”, 노동계 “공감대 없이 일방통보식”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지 37년 동안 유지된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해 개편 논의에 들어갔다. 고용부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연구회)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 심의는 매년 3월 말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근로자·사용자·공익 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90일 간 심의를 한다.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심의가 법정 기한을 지킨 사례는 단 9번뿐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자 요구안을 주장하다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공익위원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한쪽이 반발해 퇴장하는 방식이 반복돼왔다. 고용부 장관이 공익위원 9명 전원을 임명하다 보니 정부의 성향과 정책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지 37년인데 제도가 운영되는 모습은 여전히 1988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오늘날 최임위는 합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연구·조사와 대화를 통해 적정 수준을 찾기보다 소모적인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결정방식과 기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우리 노동시장이 처한 현실과 변모하는 양상을 최저임금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때”라며 “37년 간의 제도 운영 경험과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덧붙였다.
연구회는 전·현직 최임위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됐다. 직전 최임위원장이었던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를 비롯해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명숙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 △전인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정진호 동인정책연구소장이 선임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행 최임위 공익위원인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최저임금 제도가 우리 노동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진행하고 향후 논의 의제와 운영계획을 논의했다.
연구회는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2개월간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논의 종료 직후 최종 결과물로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 또 현장의 실태 및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사 의견수렴 및 현장방문, 공개 세미나·토론회 등도 병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제도개선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2019년 2월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고용·경제상황’을 추가하는 개편 최종안을 발표했다.
당시 개편안에 따르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최저임금 심의구간(상·하한선)을 설정해 주면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한 결정위가 그 범위안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했다. 구간설정위는 노사정이 각 5명씩 15명의 전문가를 추천하고 노사가 각 3명씩 6명을 순차 배제해 최종 9명으로 구성한다.
결정위는 노·사·공익위원 각 7명씩 21명으로 구성하고 공익위원 7명을 기존 정부 단독추천에서 국회 4명, 정부 3명 추천으로 바꿨다.또한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인 근로자의 생계비 및 유사 근로자 임금, 소득분배율, 노동생산성에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상황’을 추가했다. 초안에 있던 ‘기업의 지불능력’이 포함됐으나 최종안에선 뺐다. 당시 정부안은 노사의 모두의 반발과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좌절됐다.
이날 고용부의 연구회 발족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제도개악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노동계와 어떠한 사전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회 발족을 강행한 고용부에도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현직 공익위원들로 연구회 구성에도 “몇몇 위원은 과거 최저임금 수준 결정과정에서 최저임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결정기준을 무시한 채, 자의적인 산식을 통해 물가인상률보다도 낮은 저율의 최저임금 결정을 주도했다”며 “객관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은 인사들이 최저임금 결정구조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조 배제, 치적 쌓기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필요 없다”는 논평을 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