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도시간 문제 핵심은 '광역교통망'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자는 논의가 관심을 끌었다. 교통난과 생활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 김포시민 상당수는 이를 반겼다. 이어 서울에 잇닿은 몇몇 지자체장들도 서울편입을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수도권 이외 지역은 수도권 비대화를 우려해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서 여당은 대도시와 주변도시를 묶는 행정구역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메가시티 전략을 내놓았다.
행정구역 개편은 명분만 있으면 법령을 고쳐서 가능하다. 도시와 농촌 지자체 간 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한 도농통합이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설치가 대표적인 예다. 도시개발이나 도로건설로 생활권이 나뉜 경우에도 경계조정 수요는 수시로 생긴다. 한편 행정구역 개편은 얻는 것도 있지만 자치권 침해나 주민부담과 결부되면 해결이 쉽지 않다. 재정수입에 변화가 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마장 레저세 배분을 둘러싸고 부산과 경남의 경계선을 경주로 중앙에 설정한 경우를 보면 갈등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행정구역 개편만이 해법 아냐, 갈등 가능성도 커
까다로운 행정구역 개편 대신 여러 지자체의 현안을 묶어 해결하는 방식이 광역계획이다. 부족한 도시개발용지 확보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도시간의 교통망을 확충하는 일도 광역계획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만드는 계획이라 합리적이고 각종 의견을 들어 대안을 모색하므로 협력적이다.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도 행정적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김포의 서울편입 논의 배경은 도시 간의 공공서비스 격차에도 있지만 도시주변 택지개발이 교통정책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었던 데 있다. 교통중심 택지개발을 하지 않았던 탓도 있다. 특히 교통망은 도시권 전체가 혈류처럼 엮여있어 몇몇 주변도시를 중심도시와 통합한다고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행정구역 개편논리가 불명확하면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광역교통이 지역발전의 중심적 역할을 하므로 도시권마다 교통대책이 포함된 광역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도 설치했다. 그러나 계획은 형식적이고 대광위는 조정권한 취약, 지자체의 소극적 참여, 재정력 취약 등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교통망 확충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데 재정적 뒷받침은 미흡하다. 행정구역 개편논의 이전에 불합리한 교통망부터 챙기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참에 광역교통을 둘러싼 문제를 정리해봐야 할 것 같다.
첫째, 광역교통망계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대광위가 협의체를 넘어 독립 행정기구로 개편되어야 한다. 교통수단 교통노선 재원조달 등에 있어 대광위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택지개발에 밀려 교통처리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교통망 계획의 미비점을 보완해주는 것은 물론, 새로이 개발되는 택지는 보다 면밀하게 교통망 계획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개발사업자와 지자체는 주민의 입주시기에 맞춰 교통시설이 차질없이 운영되도록 챙겨야 한다.
셋째, 지자체장은 자치역량을 발휘해 이웃 도시와의 공공서비스 격차해소에 스스로 힘써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동수요와 이동패턴이 달라졌고, 새로운 교통수단도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물류혁신에 힘쓰고 원격 근무환경에 적합하도록 도시공간을 개혁하는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메가시티 논의 전 기존 계획 안되는 이유부터 고민하길
서울과 주변도시와의 행정구역 개편논의는 결국 도시 간의 원활한 교통망 구축 및 운영이 관건인 것 같다. 중심도시와 주변도시를 아우르는 메가시티 전략의 핵심도 교통정책이다. 메가시티와 다름없는 광역계획은 이미 전국적으로 수립되어 있다. 도시통합과 메가시티를 새로운 것인 양 논의하기 전에 이미 수립되어 있는 계획들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