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 20년, 농업의 현실과 미래 | 3. 한-미FTA 체결, 그 10년 후

미국산 수입 농축산물 100억달러 … 협정관세 활용 불균형

2023-12-22 10:40:41 게재

소고기 수입 급증, 배·김치는 수출길 열려

협정관세 활용 수입 72%인데 수출은 50%

올해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20년이 되는 해다. 2003년 2월 한국은 칠레와 처음으로 FTA를 체결한 후 그동안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해 다양한 보호조치가 취해졌고, 20년동안 국내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피해를 기회로 뒤엎은 품목들도 탄생했다.

내일신문은 올해 전국 고등학교 18곳과 FTA 체결에 따른 농업의 변화에 대한 농경제·농생명교육 프로그램인 'FTA 학교로 가다 2.0'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조별 과제를 통해 다양한 연구조사 결과를 내놨다. 내일신문은 이중 3가지 과제를 선정해 FTA 체결 이후 변화와 현재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정해봤다. 수업을 진행한 교사와 간담회, 학교별 우수과제 선정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7월 3일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에서 열린 '한미 FTA 10년 경제적 성과 평가 세미나'. 이날 세미나에서는 핸리 안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의장, 구경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 등이 참석해 토론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0년 만인 2021년 미국에서 수입한 농축산물이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소고기 수입이 전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해 한국은 2년 연속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가 됐다.

한-미 FTA는 2012년 3월 발효 이후 올해 이행 11년차가 됐다. 그동안 농업 부문 관세 철폐율은 97.9% 수준까지 확대됐다. 한-미 농축산물 교역액이 FTA 발효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커지고 FTA 수출 협정관세 활용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협정관세 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 수출길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소고기 수입 세계 1위 = 한-미 FTA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축산농가다. 미국산 소고기가 저관세로 밀고 들어오면서 국산 소고기 판매가 줄었다. 모든 미국산 소고기는 2026년부터 무관세 수입된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증가하고 국내 시장점유율은 큰 폭 상승했다. FTA 이행 10년차(2021년)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25만9000톤으로 발효 전 평균 대비 29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국산 한우 가격 상승, 미국산 거부심리 완화, 가정 내 냉장 쇠고기 수요 증가 영향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단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FTA 이행 6~10년차 평균 수입단가는 ㎏당 7.36달러로 발효 전 평균보다 36.3%, FTA 이행 1~5년차 평균보다 2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배 농가는 FTA 효과를 반짝 보기도 했다. 미국 배 수출량은 2018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최근 국내 이상 기온으로 인한 작황 부진, 국산 가격 상승,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배 수출 증가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미 FTA 이행 6~10년차 미국 배 수출량은 1만톤으로 발효 전 평균 대비 8.2%, 1~5년차 대비 11.6% 증가했다. 미국 수출량은 2018년 1만2000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8282톤으로 줄어 FTA 발효 전 평균과 비교해도 12.9% 감소했다. 농협무역은 "배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품종 개량, 보관운송 방법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힌국 김치 수출은 1012% 급증 = 반면 한-미 FTA 효과를 가장 많이 본 한국식품은 김치다. 미국 김치 수출량은 FTA 발효 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며 2021년에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한류 열풍 등으로 역대 최대 수출량을 기록했다.

FTA 이행 10년차(2021년) 미국 김치 수출량은 7950톤으로 발효 전 평균 대비 1012% 증가했다. FTA 이행 6∼10년차 미국 김치 수출량은 평균 4528톤으로 FTA 발효 전 평균 대비 533.5% 늘었다.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수출단가도 올랐다. FTA 이행 6~10년차 평균 수출단가는 ㎏당 3.6달러로 발효 전 평균 대비 6.6% 상승했다.

우리나라 김치 수출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FTA 발효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김치 전체 수출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FTA 발효 전 평균 2.6%에서 FTA 이행 6~10년차 평균 13.8%로 올랐다.

◆한-미 FTA 10년의 교훈 협정관세 활용 = 한-미 FTA 10년동안 수출입에서 협정관세 불균형이 나타났다. FTA 협정관세는 품목별로 기간을 산정해 관세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것으로 양국간 협의해 정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한-미 FTA 10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의 FTA 협정관세 활용률은 71.6%로 이행 1년차 대비 26.5%p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협정관세 활용률은 축산물(95.9%), 임산물(80.4%), 농산물(57.1%) 순으로 높았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체리의 수입 FTA 협정관세 활용률은 100%다. 오렌지(92.8%) 포도(98.9%) 감자(97.8%) 치즈(99.7%)도 협정관세를 활용해 수입돼 국산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에 반해 우리가 미국으로 수출할 때는 협정관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행 10년차에 미국으로 수출할 때 FTA 협정관세를 활용한 비율은 49.5%에 그쳤다. 이행 1년차에 비해 6.5%p 상승했지만 수입 협정관세 활용률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FTA 이행 6~10년차를 기준으로 수출 협정관세 활용률이 높은 품목은 라면(94.8%), 홍삼정(86.4%), 소주(95.4%)로 나타났다. 또 고추장(62.8%) 닭고기(63.6%)도 60% 이상의 활용률을 보였다.

우리가 협정관세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원산지증명이 부실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원산지 증명은 대부분 개별 포장마다 적용하기 때문에 생산자 추적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수출할 때 원산지증명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지만, 인력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원산지증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출 협정관세를 잘 활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FTA 체제에서 우리 농업이 희망을 키우기 위해서는 협정관세를 제대로 활용해 수출물량을 늘려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현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지원팀장은 "수출 FTA 협정관세 활용률이 저조한 원인을 품목별로 심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고, 수출업체와 생산자(단체)들을 대상으로 국가별 원산지 기준, 원산지증명서 발급 방법과 절차들을 교육하고 관련제도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지원 : 2023년 FTA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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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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