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를 받는 임 모군이 신원 미상 인물로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씨가 올린 "일하실 분에게 300만원을 드린다"는 글을 보고 연락했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1시 임군이 사는 경기 수원에서 출발해 오전 2시부터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라며 구체적인 이동 동선과 낙서 구역 등을 지시했다. 또 착수금과 택시비 명목으로 임군의 은행 계좌로 5만원씩 두 차례, 모두 10만원을 송금했다. 임군은 여자친구 김 모양과 함께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텔레그램으로 실시간 보고했다.

A씨는 이어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를 지시했다. 하지만 임군은 경비가 너무 삼엄하다며 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임군은 이후 A씨가 새롭게 지목한 서울경찰청 외벽에 낙서를 하고 범행 인증 사진을 찍어 텔레그램으로 A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고 말했으나 실제 돈을 주지는 않았다.

A씨는 또 경찰 수사 보도가 나오자 임군에게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임군의 은행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텔레그램 계정을 추적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낙서에 등장한 불법영상 사이트는 물론 전혀 무관한 인물이 임군에게 지시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82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지정문화재에 글씨 또는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기면 문화재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훼손한 사람에게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 및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틀 연속 궁궐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문화재청은 우선 경복궁 담장 외부 9개소에 CCTV가 14대 있는데, 향후 20여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또 문화재 훼손 방지 대책을 마련해 빠르면 다음 주 중으로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김양에 대해선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전날 오전 0시쯤 석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