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 인력에 건강한 노령층을 활용한다면

2023-12-28 11:04:03 게재
이경도 NHN클라우드 경영자문역

현재 우리나라는 장수국가로 이행 중이다. 2022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2.7세이고, 노인인구 960만명의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0~64세 인구보다 65세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반면 젊은층의 결혼연령은 늦어지고, 낮아지는 출산율로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돼 국가의 생존문제도 함께 대두됐다.

현대전은 체력전 아닌 첨단무기 전쟁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 계획엔 일하는 노인연금은 안 깎고, 출산·군복무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노인들의 근로활동을 장려하고 출산율을 높이며 군복무에 따른 불이익을 보상해 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로는 현재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등산이나 하이킹·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온 국토가 붐빈다. 50대 중후반에 퇴직한 신체건강한 사람들이 생산적인 분야에서 일하지 못하고 산이나 강가로 다니면서 소일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대다수 국방의무를 수행해 군사훈련과 실탄사격 경험을 갖는다. 이들은 군대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훌륭한 군사자원이다. 이 인적자원을 국방 분야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정책이나 제도는 시대상황이나 현실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현대 전쟁은 병사체력으로 하는 전투만이 아니다. 첨단무기의 활용이 승패를 좌우한다. 물론 군인력 개편에 여러 방안이 있겠다. 하사관 위주의 직업군인 도입 논의는 그 중 하나일 게다. 여기에 더해 휴전선을 비롯한 군사보호시설에 대한 감시·순찰 등 업무에는 건강한 퇴직자 등을 군인력으로 활용하자는 제언이다. 단순한 군행정 업무도 마찬가지다.

장병들의 월급을 대폭 올리고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다. 놀고 있는 건강한 퇴직자나 중장년층, 고령층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산업인력의 부족도 메우고 국가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 퇴직해서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다시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준다면 당사자에게는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까?

근로의욕 높은 노령층 활용방안 찾기

통계청의 2022년 일자리 통계를 보면 전년 대비 87만개가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자리 절반이 65살 이상 노령층 몫이다. 노령층의 근로의욕에 대한 현실을 보여준다.

러시아와 21개월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60대 여성도 입대해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고 58세 사수가 4km나 떨어진 러시아군을 저격하는 데 성공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올린 바 있다.

지난 11월 육군과 전문가들의 미래 인구절벽 시대 대비 발전방향 모색 포럼에서는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전투형 육군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었지만 필자가 제안하는 퇴직자나 노령층을 활용한 획기적 방안 제시는 없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보면 지상전보다 치열한 심리전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제 산업현장은 젊은이에 맡기고 건강한 퇴직 노령층에 국가 봉사의 기회를 주자. 발상의 전환과 뒤집어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