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시기 놓친' 태영발 PF 위기
채무부담 감당 못해 결국 워크아웃 신청
정부, 금융시장 안정대책 등 연착륙 준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태영건설의 재무구조 악화를 시작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태영건설은 3조6000억원 규모의 PF보증 중 미착공 사업장 등이 과반을 넘어서면서 더 이상 채무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졌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건설회사들이 위기관리에 나섰지만 부실 사업장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태영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은 금융비용 상승과 급증한 공사비 부담 압박에 직면했다.
28일 오전 태영건설은 이사회를 열고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했다. 워크아웃 신청 직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관계 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에 착수했다. 정부 차원의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고 불안 확산 차단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방만하게 부동산PF 사업장을 늘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졌고, 초기에 부실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2주간 채무가 유예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하고, 경영정상화 계획 결의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태영건설은 이날 서울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장의 만기가 도래하는 432억원 규모의 PF보증을 대주단이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워크아웃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차입금을 제외한 PF우발채무(보증)의 경우 이달 3956억원의 만기가 도래했고, 내년 1분기 4301억원, 2분기 1760억원, 3분기 1861억원, 4분기 이후 2조4149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성수동 사업장을 비롯해 몇몇 사업장이 위기를 넘긴다고 해도 결국에는 채무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부채 규모가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위험은 적지만 시장 불안 가중으로 인해 부동산PF 사업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PF 부실 사업장 대부분은 만기연장을 통해 위험을 내년으로 미뤄 놓은 상태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실 사업장의 경우 재구조화나 경·공매를 통해 정리해야 하지만 올해는 사실상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다들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태영건설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PF사업장에 대한 옥석가리기 필요성이 커지면서 2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은 이른바 'F(Finance)4' 회의를 열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금융시장 안정대책 등 연착륙 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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