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 20년, 농업의 현실과 미래 | 5. 고교생 FTA 연구과제 발표

농업데이터 분석한 고교생들 "우리 농업 충분히 가치있다"

2023-12-28 11:35:12 게재

1위 서울 선덕고, 체험교육과 국내농산물 충성도 상관관계 분석 … 농촌·농업현장 경험할 수 있는 지역 학생들 참여 기회 많아야

올해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20년이 되는 해다. 2003년 2월 한국은 칠레와 처음으로 FTA를 체결한 후 그동안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해 다양한 보호조치가 취해졌고, 20년동안 국내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피해를 기회로 뒤엎은 품목들도 탄생했다.

'FTA, 학교를 가다 2.0' 우수 탐구보고서 발표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내일신문 사옥에서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사진 이의종


내일신문은 올해 전국 고교 18곳과 FTA 체결에 따른 농업의 변화에 대한 농경제·농생명교육 프로그램인 'FTA 학교로 가다 2.0'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조별 과제를 통해 다양한 연구조사 결과를 내놨다. 수업을 진행한 교사와 좌담회, 학교별 우수과제 발표대회 결과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내일신문과 내일교육은 올해 'FTA, 학교로 가다 2.0'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유무역협정(FTA) 교육 홍보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다. 7~12월 6개월간 전국 18개 고교에서 학생 540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2~3일에 걸쳐 'FTA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 및 계량경제학 기초 실습'을 수행한 후, 조별 탐구 주제를 선정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1차 학교별 심사와 2차 전국 단위 서류 심사를 거쳐 선발된 7개 학교의 팀들은 26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전국 고교 우수 탐구보고서 발표대회'에 참가했다.

발표 대회는 온라인 Zoom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학교별로 10분간의 발표와 5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으며, 창의성·논리성·연관성·발표력 등 총 4개 평가 지표를 바탕으로 1~3위 수상 팀을 선정했다. FTA와 농경제에 관한 열정 가득했던 학생들의 생동감 있는 발표 현장을 찾았다.

FTA 탐구보고서 발표대회에서 회귀분석한 연구자료를 발표하는 학생들. 사진 이의종


◆국산 농산물 충성도 높여야 = "'체험적 교육을 통해 농업의 소중함을 느낄수록 국내 농산물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요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회귀분석을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확인했습니다. 농업 가치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이 설계된다면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국내 농산물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이윤상 서울 선덕고 2학년)

"가설을 설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결론까지 이끌어내는 과정이 대학생 못지않게 논리적이어서 인상 깊었어요. 표준편차·가중치 등 제시한 기초 통계의 근거를 보충한다면 훨씬 좋은 보고서가 될 것 같네요."(순병민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학생들의 발표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됐음에도 학생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발표에 몰입했다.

이날 학생들은 'FTA 체결에 따른 닭고기 가격 변화' '한중 FTA가 건고추 산업에 미친 영향' 'FTA 활용률을 통해 본 국내 식량주권의 현실' '국제·국내 설탕 가격 추이를 통해 알아보는 FTA 체결의 중요성' '청소년의 국산 농산물 충성도, 중요도 인식, 체험 경험 여부 사이의 관계 분석' 등의 주제로 탐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를 심사한 순 교수는 "짜임새 있는 논리적인 발표와 직접 수행한 설문조사를 통한 데이터 분석을 높이 평가했다. 고교 과정에서 배우기 어려운 T-검정 같은 통계 기법을 스스로 학습해 발표에 적용한 점이 놀라웠다"며 학생들의 발표 내용을 칭찬했다.

발표에 참여한 학생들은 FTA라는 낯선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물론 데이터를 분석해 보며 실제 사회 현상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과정이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활용·통계 분석으로 FTA 이해 넓혀 = 학생들의 발표가 마무리된 후 1~3위 수상팀을 선정했다. 1등은 서울 선덕고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청소년의 국산 농산물 충성도, 중요도 인식, 체험 경험 여부 사이의 관계 분석'을 주제로 한 발표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참가 학생들이 직접 18세 청소년 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논리적으로 해석한 점이 주목받았다.

2등은 'FTA 체결에 따른 닭고기 가격 변화'를 발표한 서울 한대부고팀에게 돌아갔다. 이 팀은 연구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다양한 회귀분석을 활용해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 3등에는 충북 보은고팀과 경기 퇴계원고팀이 선정됐다. 보은고팀은 'FTA 활용률을 통해 본 국내 식량주권의 현실'에 대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인상을 남겼고, 퇴계원고팀은 '한중 FTA가 건고추 산업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한 발표가 논리적이고 학습한 내용을 잘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을 차지한 선덕고팀의 발표자 이윤상 학생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FTA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고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데이터 가공과 통계 분석 능력을 키울 수 있어 다른 연구 분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 지도를 맡은 배정숙 보은고 교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방면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연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면서 "이번 발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지역의 대표 농산물인 대추가 10년, 2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특산물이 될 수 있을지 통계 자료를 활용해 더 깊이 탐구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FTA 탐구 활동 "진로 설계에 도움" = 이번 'FTA, 학교로 가다 2.0' 프로그램은 지난해의 성공적인 시행을 바탕으로 FTA 관련 교육 모델을 더욱 다양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올해 프로그램은 '교사 주체형'과 '지방 확장형' 두 가지 형식으로 진행됐다.

'교사 주체형' 모델에서는 지난해 'FTA 데이터 교실'을 운영했던 서울 및 수도권 8개 고교가 참여했다. 이 모델은 외부 지원을 최소화하고 학교 교사들이 주도해 'FTA 데이터 교실'을 진행하도록 했다. 각 고교의 수학과 경제과목 교사들이 수업을 주관했고, 한국농업경제학회 교수들이 FTA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업을 지원했다. 각 학교에서는 학생 30명씩을 선발해 3회차에 걸쳐 통계 수업, FTA 데이터 학습, 조별 발표 등 총 8시간의 수업을 진행했다.

'지방 확장형' 모델은 'FTA 데이터 교실'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의 사업을 대구·광주· 강원 등 지방 도시까지 확산시켰다. 이를 위해 지방의 10개 고교를 신규 모집해 학교별로 30명의 학생을 선발해 한국농업경제학회 교수들이 2회차에 걸쳐 총 8시간의 FTA 관련 수업을 진행했다.

2년 연속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대부고 2학년 현주원 학생은 "이번 활동을 통해 데이터 기반 주장의 신뢰성과 정확성, 예측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식품자원경제학과 진학을 희망하는데 식품 관련 정책 및 대비책을 어떻게 적용할 때 더 효과적일지 예측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진로 설계에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작지원 : 2023년 FTA 교육홍보사업

오승주 기자 sj.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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