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통영해양경찰서 특별마약수사TF반 김수홍 경사

"마약, 불법체류 외국인 통해 확산"

2023-12-29 14:26:52 게재

소도시, 남해안까지 퍼져



"해양수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는 선량합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를 중심으로 마약이 확산하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10년 차 형사인 김수홍 통영해양경찰서 경사(반장)는 지난달 2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어촌과 소도시에 마약이 퍼지고 있지만 외국인의 경우 인적사항 정보가 제한돼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통영해경은 해양마약범죄 척결을 위해 8명 규모의 '특별마약수사TF반'을 구성했다. 이후 수사를 통해 지난 달까지 마약류 사범 42명을 검거하고 이 중 20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귀화한 사람을 포함해 모두 외국인이었다.

통영해경은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288건의 마약범죄를 적발하기도 했다. 김 경사에게 해안지역의 마약 범죄 실태를 들었다.

■어촌과 소도시 마약 범죄 상황은 어떤가

통영·고성·거제지역은 육체적 노동이 필요한 어업과 조선산업 기반의 소도시다. 특히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노동강도가 높은 현장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 조선산업의 활발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 노동력이 필요한 지역이다.(올해 9월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1만명으로 이중 경상남도에는 약 8만4000명이 체류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노동자 중에 육체적 피로와 문화 차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극적인 엑스터시, 케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과 마약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 노동자는 선량하지만 일부 불법체류 외국인들 때문에 마약 확산이 우려된다.

최근 2년간 통영해양경찰서에서 검거한 외국인 중 마약 투약자 다수가 노동 강도가 높은 해양, 수산 외국인 근로자다.

■올해 마약 단속은 어땠나

외국인들이 노래주점에서 마약을 한다는 첩보를 시작으로 수개월 장기 잠복과 미행을 통해 증거수집과 마약유통 경로 등 실체를 파악해 나갔다. 지난 2월 근무를 마친 후 외국인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을 거점으로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하는 일당을 적발했다. 주점 운영자와 접대부, 외국인 선원 등 이었다. 이 중 단순 투약자 8명, 매매 알선 2명, 중간판매책 2명, 상위 판매책 1명, 유통 총책 2명 등 총 15명을 검거했다. 이 중 7명을 구속하고 8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현장에서 마약류인 엑스터시 304정(시가 6500만원, 608명 투약분)과 케타민 11.95g을 압수했다. 적발된 사람 중 5명은 불법체류자였고 결혼이주 여성도 2명이 포함됐다. 직업은 선원부터 양식장 인부, 조선소 용접공, 유학생 등 다양했다. 마약류는 국제우편으로 반입하거나 이혼한 귀화자가 해외를 오가며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7월에는 통영·고성지역 해양 수산업 외국인 노동자들이 쉬는 날 노래방에서 마약 파티를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 6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 송치했다. 엑스터시 74정(148명 투약분)과 케타민 15.14g(500명 동시투약분)도 압수했다.

■단속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외국인들은 텔레그램과 자국민들끼리만 대화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해 은밀히 거래한다. 외국인 협조자의 경우도 보복이 두려워 제보하기를 꺼린다. 첩보수집 단계서부터 어려움이 있다. 인적사항 등 기본적인 데이터가 부족하고 주변인 생활반응을 확인할 단서도 한정적이다.

투약자들은 노래주점, 주거지 등 은밀한 장소에서 범행을 하고 있다. 몇 달씩 출항한 곳에서 마약을 하기도 해 마약유통 경로 등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내국인의 경우 범죄경력 조회나 전과 확인으로 항상 모니터링이 된다. 정상적인 체류 자격이 있는 외국인도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는 확인할 수가 없다. 게다가 마약 매매자와 투자자의 경우 불법체류자가 많다. 때문에 적발이 더 어렵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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