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치안전망 2024'
유통경로 확대로 마약범죄 올해도 13% 늘듯
느슨한 출입국·검역·세관검사 시스템도 한몫
살인·강도·강간·추행 등 강력범죄 상승세 둔화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지난달 발간한 '치안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마약범죄는 2023년보다 약 13% 증가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범죄는 2021년 일시적으로 감소(-12.0%)한 것을 제외하면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2022년에는 1만331건으로 전년 대비 28%나 증가하면서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1만건을 넘겼다.
2023년 1∼9월 마약범죄 발생 건수는 1만213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8154건보다 약 48% 늘었다.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마약범죄의 세부 유형 중에서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9월 잠정통계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마약은 80%(1923건→3473건), 향정은 47%(5112건→7485건), 대마는 3%(1088건→1122건)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활성화된 온라인 마약 유통 경로의 확대로 인터넷 사용이 능숙한 젊은 층의 피해자가 다수 양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해외에 관리 서버가 있는 등 다양한 사유로 판매자와 오남용자 추적이 어려워 마약범죄의 근절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느슨한 한국의 입국 관리, 세관 검사, 검역 시스템 등은 밀수범들이 마약을 국내로 쉽게 반입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대안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마약범죄의 증가세를 낮추기 위해서는 미국 마약단속국(DEA) 같은 마약전담 수사기구의 설립, 마약 구매가 이뤄지는 디지털 플랫폼 단속을 통한 엄격한 법 집행, 출입국사무소와 수사기관 간 다각적 협업 노력 등이 필수라고 제안했다.
국내법에 따라 마약범죄는 크게 마약(Narcotics) 향정(Psychotropic Substances) 대마(Cannabis) 범죄로 구분된다. 이중 마약은 통상 진통과 마취작용을 위해 사용되나 지속적인 사용 후에는 중독되기 쉬운 특성을 가지며 모르핀, 코카인, 크랙, 헤로인 등이 포함된다. 대마류는 심리 활성 등 기분 상승을 위한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며 마리화나와 해쉬쉬를 포함한다. 향정신성의약품(향정)은 중추신경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며 주로 환각제, 흥분제, 진정제 등으로 사용되며, 필로폰, 엑스터시, 프로포폴, 졸피뎀 등을 포함한다.
보고서는 또 소위 5대 범죄의 경우 절도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은 상승세가 둔화하고 폭력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절도의 경우 경제고통지수와 상관관계를 보이고, 특히 무인점포를 대상으로 한 절도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2023년에 비해 상승세가 크지는 않겠지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5대 범죄는 국민이 치안을 체감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범죄로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범죄를 포함한다. 5대 범죄 관련 통계는 치안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사용된다.
◆투자리딩방 사기 기승 = 또한 보고서는 올해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 경험이 부족한 일반인을 유혹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인 투자리딩방(불법 유사투자자문업체) 사기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투자리딩방 범죄가 비대면·온라인·대포물건·초국경 등의 특징을 띄는 피싱사기의 전형적인 특징을 모두 가지면서 더욱 고도화·조직화 되고 있는 올해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찰이 지난해 7월까지 집계한 리딩방 투자 피해자는 9360명, 피해 금액은 2400억원에 달한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할 경우 피해 액수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경찰과 금융감독원의 합동단속과 범죄피해 예방·홍보를 통한 사전 차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구소는 내년에 온라인 거래 및 게임 사기, 메신저피싱·몸캠피싱 등을 포함한 사이버범죄 역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이버범죄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으며 지난해 1∼9월 발생 건수는 약 18만20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한편 보고서는 학교폭력 범죄가 금품갈취, 신체폭력, 성폭력 등의 유형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경제안보 위해범죄 중에서는 영업비밀·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의 국내외 유출 사건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