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팩트체크

사교육비 월 41만원? … "현실은 78만~200만원"

2024-01-10 10:37:16 게재

수도권 학부모 사례로 본 사교육비 실태 … 국가통계에 선행학습·N수생 미반영, 잦은 대입변화 사교육 부추겨

지난해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통계를 접한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제로 지출하는 사교육비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 속 숫자는 현실과 정말 다를까. 다르다면 왜 통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걸까. 실제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어느 정도인지 수도권 학부모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의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대인 26조원에 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교육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치솟는 사교육비에 부담을 갖는 학부모들이 많다. 정부는 사교육 현황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2007년부터 매년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한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해 3월 전국 3000여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 약 7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22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었다.

◆통계와 현실, 왜 다를까? = 오른쪽 수도권 학부모의 4가지 사례를 보면 사교육비가 학생 1인당 78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나왔다. 조사 결과로 나온 41만원보다 약 5배 많았다. 왜일까. 평균값이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는 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78.3%다. '41만원'이라는 결괏값에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21.7%의 학생들까지 모든 조사 결과가 포함돼 있다. 서울 학군지에 사는 고소득층부터 학원 인프라가 부족해 사교육을 받지 않는 읍면 지역의 학생까지 모두 포함해 평균을 내다보니 평균 금액이 확 낮아졌다.

사교육비 지출은 소득 수준이나 학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소득별 사교육비를 살펴보자. 월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평균 64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월소득 2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월 12만4000원에 그쳤다.

지역별 차이도 크다. 서울 지역 고교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93만7000원인 반면, 읍면 지역의 고교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7000원이다. 학원 인프라가 풍부한 서울과 그렇지 않은 읍면 지역의 차이는 40만원을 넘는다. 이처럼 차이가 큰 데이터의 단순 평균값으로만 해석하다 보니 학부모들이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권삼수 교육부 교육데이터담당관은 이를 '평균의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권 담당관은 "통계는 전체를 대표하는 평균값을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한쪽 값만 부각시키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사교육비가 높은 지역의 수치는 오히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석상의 '평균의 오류'를 차치하더라도 조사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먼저, 조사는 봄과 여름철에 지출된 사교육비만 고려한다. 이는 학년이 바뀌는 겨울방학 기간의 사교육비를 집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겨울방학 기간에는 많은 학생들이 다음 학년을 대비한 선행학습에 참여하며, 이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상급 학교 진학 후 처음 치르는 중간·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학원도 이때를 노려 선행학습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조사는 특정 시기인 3~5월에 지출된 사교육비를 기준으로 연간 비용을 추정한다"며 "선행학습으로 가장 많은 사교육비가 드는 겨울방학 기간이 누락됐기 때문에 실제 현실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신 경향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N수생'이 급증하고 있지만 재수 학원비용은 사교육비 조사에서 빠져 있다. N수생 자녀를 둔 서울 송파구의 한 학부모는 "일반적인 재수종합반 수업료가 한 달에 130만~150만원 정도다. 여기에 하루에 점심과 저녁 두 번 급식을 먹는데 한 끼에 6500원이고, 독서실 이용료는 30만원, 교재비는 별도다. 다 합치면 한 달에 200만~300만원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사교육비는 왜 계속 증가하나? = 사교육비는 2007년 통계 작성 이래로 코로나19 기간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22년에는 총액이 약 26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1만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교육 증가 추세는 동일하지만 최근 변화된 점은 예전부터 사교육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영어 수학 과목 외에도 국어 및 사회·과학 과목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어 과목의 사교육을 받는 전체 학생 비율이 전년 대비 11.7% 올라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사회·과학, 수학, 영어 순으로 전년보다 각각 9.8%, 6.0%, 4.9% 증가했다.

이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와 의대 선호 현상 등으로 인해 입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능에서 단 한 문제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학생들은 모든 과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는 질 높은 모의고사 문제와 탄탄한 강사진을 갖춘 대형 입시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 기관으로 수험생들이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2022학년 수능에서 국어 과목의 선택 과목 체계가 도입돼 국어가 수학과 유사한 변별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 도입 이후 국어의 고난도 출제 경향이 강화되면서 국어 사교육 수요가 증가했다는 판단이다.

권 담당관은 "최근 수능에서는 전 과목에 걸쳐 전체 문맥을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주를 이룬다. 이에 따라 국어 사교육 수요가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라는 변수도 있다. 코로나19 동안 발생한 학습 결손과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사교육 선택으로 이어졌다.

사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에서 출발한다. 중2 자녀를 둔 경기도의 한 학부모는 "원래는 영어와 수학만 학원에 보냈는데 최근에 국어와 과학도 등록했다"며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아이가 학원에 다닌 과목에서만 성적이 잘 나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교육 없이 스스로 학습해 좋은 성적을 얻은 경험이 부족한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감에 사로 잡혀 사교육을 중단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교육비를 감당하고 있다.

교육 정책의 빈번한 개편 역시 이러한 불안 심리를 부추긴다.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지난해 6월 사교육비 감소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였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만 수능 문제를 출제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신 정책팀장은 "초고난도 문항을 덜어낸다 한들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는 '준킬러' 마케팅이 시작됐다"며 "상대평가 입시 구도를 완화하고 대입 전형에서 정성적인 평가 요소를 강화하는 등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교육공화국' 벗어날 수 있을까? = 전문가들은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결국 공교육 강화와 더불어 입시 경쟁 및 대학 서열화와 같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대입 과정에서는 학생의 성적을 한 줄로 세워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교육 외의 '추가 무기'인 사교육을 받는 것이다. 사교육에서 제공하는 학습과 지원을 국가 차원에서 제공함으로써 공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현재 학원에서 제공하는 대입 컨설팅 서비스는 50분에 40만~50만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다. 매우 비싼 가격이지만 수요도 많다. 국가가 공표하지 않은 정보인 대학 입학 합격선 점수대, 지원 가능 범위 등을 사교육 기관이 나름의 분석과 추측을 바탕으로 컨설팅을 해주는 것인데, 이를 공교육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국가는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만 대학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사교육에서 비싼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사람은 고급 정보를 뽑아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정보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수 기자 · 김기선 내일교육 리포터 · 오승주 내일교육 기자 sj.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