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리아의 봄을 기다리며

2024-01-11 11:21:34 게재
오원기 초록우산 국제사업본부 인도적지원팀 과장

1년 전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은 오랜 내전으로 국가 대응체계가 취약해진 시리아에 더 깊은 상흔을 남겼다. 5600여명이 사망했고, 26만여명이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되어 거리로 내몰렸다.

유엔 인도주의 사무국은 내전과 지진 등으로 인해 2024년 현재 시리아 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를 약 1670만명으로 추산한다. 그중 아동은 45%(약 740만 명)로 한창 꿈을 키워가야 할 나이임에도 생계는 물론 생존까지 걱정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존에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식수 공급은 열악한 상수도 시설로 인해 지진 발생 이전부터 원활치 않았다. 여러차례 이어진 여진으로 그나마 있던 상수도 시설마저 파괴됐고, 아이들은 온전히 민간기관에서 배급 하는 물에 의존해야만 했다. 식수 외에도 생활물가는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식품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탓에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실제로 유엔 인도주의 사무국에 따르면 5세 이하의 시리아 아동 중 25%는 발육부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 유행까지 겹쳐 아동들의 일상은 안전에서 멀어진 채 하루하루 위협받고 있었다.

강진으로 생존 위협받는 아동들

교육여건 역시 열악했다. 장기화된 내전으로 지진 발생 이전에 이미 7000여개 이상 학교와 교육시설이 파괴됐고, 지진으로 2300여개의 학교가 추가적인 피해를 입어 사실상 아이들을 위한 교육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교사 수도 부족해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학교 밖에서 하루를 보내는 학령기 아동이 약 2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인 것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필자가 몸담고 있는 초록우산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원조가 이어진 덕분에 오늘날 시리아 아이들의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초록우산은 국제어린이재단연맹과 지진 발생 직후부터 피해가 극심한 시리아 알레포 지역을 중심으로 29억원 규모의 긴급 식수 지원과 긴급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또한 20억원 규모로 23개 학교 시설을 보수하고 교육 기자재 보급을 진행하며 2만여명의 학생들을 다시 교실 안으로 불러모았다.

이에 더해 2023년 5월부터 올해 3월 완공을 목표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20억원을 들여 상수도관 보수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보수가 완료되면 지역주민 4만3000여명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에 깨끗한 물을 입에 머금고, 학교에서 희망찬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긴급한 생존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아직도 도처에 그 불씨가 남아있다.

지속적 관심과 국제사회 도움 필요

국경과 인종을 넘어 아동은 아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애주기에 맞춰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이루고, 꿈을 키워나가야 할 권리를 가진다.

시리아에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국제사회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시리아 아동들이 진정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