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에 단순노무직 12만명 감소
2024-01-15 10:40:09 게재
제조업 부진 영향 … 25년 만에 최대 낙폭
외환위기후 최대 감소, 저소득층 소득감소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단순노무 종사자는 39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404만5000명)보다 11만8000명(2.9%) 줄었다. 통계청 7차 직업분류 기준에 따라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 폭이다. 과거 직업 분류 기준까지 포함하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6만5000명 줄어든 뒤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전체 취업자는 늘었는데 =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는 전체 취업자 수가 127만명 줄어드는 등 고용 시장 전체가 패닉 상태였다는 점에서 고용 부진이 일부에 집중된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32만7000명 증가할 정도로 고용사정이 나쁘지 않았다.
단순노무직 취업자 감소는 저소득층 생게와 직결된다. 단순노무직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로 흔히 소득이 낮은 일자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단순노무직은 2018년 5만명 줄어든 뒤로 매년 증가했지만 지난해 5년 만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단순노무직 취업자 감소 폭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제조업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업황 개선 조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됐지만 고용 시장 회복은 더디게 진행됐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 연속 줄다가 12월이 돼서야 1만명 증가세로 전환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단순노무직은 사회시설관리업, 건설업 등에서도 줄었지만 제조업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라며 "제조업 부진이 단순노무직 감소에 주된 영향을 준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단순노무직 일자리 한파는 저소득층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2000원으로 전체 소득 5개 분위 가구 중 유일하게 감소(-0.7%)했다.
◆제조업 부진 영향 = 지난해 단순노무직이 큰 폭으로 줄어든 데에는 제조업 부진의 영향이 가장 컸다. 제조업 부진의 여파는 장치 기계 조작·조립 종사자 등 다른 '블루칼라' 일자리에도 미쳐 이들 취업자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단순노무직은 11만8000명 줄었는데, 이 중 제조업에서 5만6000명 감소했다. 제조업이 단순노무직 감소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이다.
실제 제조업 경기는 1년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1∼11월 제조업 생산지수(원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0.2%) 이후 3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부진의 여파가 가장 취약한 일자리에 먼저 닥친 셈이다.
산업 구조가 자본 집약적으로 변하는 점도 단순노무직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동화가 늘면서 단순하고 제한된 판단만을 필요로 하는 단순노무직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노무직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사업시설 관리·지원 및 임대서비스업(-2만명), 운수 및 창고업(-1만6000명) 등에서도 줄었다. 건물 청소 노동자, 배달노동자 등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노무직 실질소득 감소 = 제조업 부진은 다른 생산직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순노무직 외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9만1000명),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4만9000명) 등도 줄었다. 이들 일자리는 기계를 설치·정비하거나 제품을 조립·조작하는 일로 주로 생산직에 종사한다. 지난해 판매종사자(-6만명)를 제외하고 취업자가 줄어든 직업군들이다.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는 제조업에서 3만3000명이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다.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도 제조업(-2만8000명)에서 감소분이 가장 컸다.
일자리의 한파는 이들 직군의 실직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1∼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이거나 기능 종사자, 단순노무자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4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84만5000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3.4%)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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