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뇌의 보상회로와 중독

2024-01-16 11:15:37 게재
전지원 가톨릭의대, 뇌과학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되돌아 볼 때가 있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는지, 그저 그렇고 그런 하루였는지, 아니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안 좋은 습관을 되풀이한 후회되는 하루였는지 생각해본다.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것은 외부 자극일 수도 있고 내재적인 의도일 수도 있고 무의식적인 습관일 수도 있다.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보상(Reward)이다. 이 행동이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지 보상을 가져다주는지에 따라 우리의 행동양상은 바뀔 수 있다.

어떤 행동이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보상과 관련이 있거나, 즐거움과 만족감을 가져다준다면 그 행동을 하는데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즐거울 건 하나도 없고, 해봤자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없고, 그 누구도 고마워하지 않는 일을 할 이유는 없다. 심지어 행동의 결과로 불쾌감이 느껴지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면 그러한 행동은 중단되는 것이 정상이다.

전전두엽과 보상회로의 기능적 이상성 문제

우리 뇌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학습하기 때문에 보상에 민감하다. 보상에 반응하는 뇌 시스템을 '보상회로(Reward Circuit)'라고 부른다. 뇌 보상회로가 자극되면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쾌감을 느끼게 된다.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음식과 성행위 뿐 아니라 아이의 미소와 웃음소리, 학교나 직장에서의 성취,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와 인정 같은 우리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자극들이 우리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보상이 된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나 기쁨에 대한 즐거움과 쾌감은 우리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그러한 감정을 일으키게 한 행동을 학습하고 반복하게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보상회로는 중뇌-변연계 경로(Mesolimbic pathway)로 복측 피개 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 측좌핵(Nucleus Accumbens, NAcc), 편도체(Amygdala)를 연결하는 도파민 경로다. 이 경로는 동기부여 및 보상행동에 관여해 우리가 적응적으로 살아가는데 기여한다.

보상회로, 즉 도파민 경로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중독성 질환의 주요 타깃이 된다. 나쁜 결과가 있을 것을 알고 있어도 조절에 실패하고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독(Addiction)은 자신의 특정 행동이 본인이나 주위에 나쁜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조절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행동을 말한다.

중독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마약 알코올 니코틴 중독은 '물질중독(substance addiction)'에 속하고, 도박은 대표적인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에 속한다. 마약이나 도박같이 불법으로 금지하는 것 외에도 술이나 담배, 지나친 인터넷 사용, 쇼핑, 때로는 음식을 먹는 행위까지도 우리가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중독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중독이 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처럼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만일 중독이 되었다면 평생 조절해야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마약이나 술 같은 인위적인 물질 또는 특정 행위로 인해 뇌 보상회로가 자극되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얻는 행복감이나 노력에 따른 기쁨에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보상회로를 자극받을 수 있는 더 강한 물질이나 행위를 반복적으로 찾게 된다.

다양한 중독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보고하는 뇌과학 결과들은 전전두엽과 뇌의 보상시스템의 기능적 연결의 이상성 문제다. 중독질환에서 특정 물질이나 행위는 보상회로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특정 행동을 비정상적으로 추구하고 반복하게 만든다. 술이나 마약 같은 중독물질 뿐 아니라 폭식성 섭식장애나 지나친 인터넷 콘텐츠 사용도 전전두엽과 보상회로의 기능적 이상성과 관련이 있다.

건강한 뇌기능적 조절 상태 유지가 중요

이미 전전두엽이 약화된 중독 상태는 반드시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회복될 수 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행동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듯, 조절에서 벗어난 지나친 욕망과 탐욕은 자신과 가족 나아가 사회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2024년의 첫번째 달을 보내며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조율하며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Engineers & Scientists for Change)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