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갈등회복과 공동체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다. 시민이 주인이며 모두를 조화롭게 아우르는(共和) 것을 지향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사회를 보면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어느 영역에서도 공동체 비전을 보기 어렵다. 세상은 타협없는 진영 싸움으로 뒤죽박죽 어지럽다.
통합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회·정치적 갈등은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다. 미래세대를 포함한 사회구성원이 요구하는 길을 다함께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정치적 갈등, 민주주의 근간 흔들어
세계적 석학인 자크 아탈리(Jacque Attali)와 폴 메이슨(Paul Mason)은 사회양극화는 경쟁적 자본주의의 근원적 결과로 이로 인해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종을 울렸다. 미국 클린턴행정부(1993~1997)의 노동부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현대의 신자유주의 경제가 지역사회의 생활과 공동체 기반을 약화시켰다고 했다.
대부분의 석학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의 공동협력 없이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공동체와 시민공동체 역할을 연구한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는 사회적 갈등을 넘어 자유와 공동체 번영을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과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건강한 시민조직화와 민주화 과정을 통해 발전했다. IMF, 코로나 대유행 등의 위기에도 자유와 공동체 번영을 위한 시민활동이 이어졌다. 공동체 민주주의를 강조한 마이클 샌들(Michael Sandel)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계층일지라도 공공의 삶 속에서 이해관계를 공감하며 공동선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과 합의 과정이 평등하고 투명하며 민주적인 절차라면 반복된 숙의 과정과 기회는 민주적 방식과 공존문화를 습득하는 사회적 교육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역공동체 부활로 지역소멸 막아야
대한민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역소멸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 전남 화순군의 사례처럼 상상 이상의 파격적 제안으로 일시적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성을 낙관할 수는 없다. 지방정부 지원이나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역사회를 위한 착한 의지를 품은 사회구성원의 의무적 자세와 심리적 역량이 결집된 지역공동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소멸을 지연하는 지속가능한 대안은 공동체 부활이 유일하며 이와 관련한 정책 거버넌스는 공동체 패러다임에 부합해야 한다. 한국의 소멸 일번지는 농·산·어촌 지역이다. 농촌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으므로 그 사회적 가치와 효과는 매우 크다.
공동체 민주주의 측면에서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실질적인 참여를 통해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운영할 수 있는 협동조합은 훌륭한 기재다. 농촌은 협동공동체의 문화적·사회적 토양을 갖추고 있어 아직도 가능성이 남아있다. 계층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충분히 접촉하고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온 시민들의 공동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공동체 시민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 거버넌스 추진을 통해 지역주민의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은 지역소멸을 대처하는 한국형 제3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