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집권 12년차 시진핑의 공과(功過)

2024-01-18 11:57:45 게재
최필수 세종대 부교수 국제학부

올해 집권 12년차를 맞는 시진핑 주석의 속은 그리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경제를 봐도 대만 선거 결과를 봐도 시진핑이 잘했다는 말을 듣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이 최고 지도자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진핑을 향한 비난은 과연 어디까지 일리가 있을까?

강한 권력을 쟁취한 시진핑 지도부의 공과(功過)를 평가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세가지 범주를 고려해야 한다. (1)권력이 강해서 해결된 문제, (2)권력이 강해서 생긴 문제, (3)권력이 더 강해야 해결될 문제가 그것이다.

권력이 강해서 해결된 문제들 여럿

먼저, 권력이 강해서 해결된 문제들이 많다. 산아제한 철폐, 뉴노멀(new normal) 담론으로 과잉투자 억제, 지방채권 도입, 반부패, 숙군(肅軍), 델타 바이러스까지의 코로나 정책 등이 그것이다.

산아제한 철폐는 인구감소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 그런데 계획생육위원회(計劃生育委員會)라는 조직이 수십만의 단속 인원을 보유하고 벌금을 징수해 자체 예산마저 가지고 있는 탓에 그 카르텔을 깨뜨리기가 힘들었다.

뉴노멀 담론은 이제 고도성장이 끝났으니 완화된 성장속도를 받아들이고 과잉투자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지방채권 도입도 지방정부 재정의 투명화를 위해 도입한 것인데 이에 반대하는 지방 국유기업 토착세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렇게 했다. 오늘날 부동산발 불경기와 지방정부 채무위기는 정책대응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대응에도 '불구하고' 생긴 문제다. 만약 뉴노멀 지침이나 지방정부 채권 도입이 없었다면 중국은 더 이른 시기에 더 큰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반부패와 군 장성 숙청 및 군 편제개편도 시진핑이 강했기에 추진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진핑은 후진타오와 달리 처음부터 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꿰차고 과감하고 위험한 개혁을 수행했다. 이런 문제는 해결됐어야 할 중국의 묵은 숙제였는데 후진타오 지도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후진타오 시절은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기도 했지만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각자 영역에서 부패해 들어가던 위험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 시절을 긍정적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낭만적 회고주의에 불과하다.

출구전략 없는 정치체제가 큰 리스크

다음, 권력이 강해서 혹은 강한 권력을 추구해서 생긴 문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홍콩에 대한 강경한 태도와 시위진압, 그리고 그로 인한 대만 민중들의 민심 이반이 있다. 2019년 홍콩 사태를 좀더 부드럽게 관리했더라면 2020년과 2024년 대만의 총통선거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또한 최근 반(反)간첩법 등으로 인한 사회적 억압, 문화예술의 경직성, 반부패와 연동된 정적 제거, 보여주기식 탈빈곤 사업 등도 권력의 부작용들이다.

오미크론으로 진화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기존의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바람에 델타까지의 업적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이런 분야에서는 시진핑의 권력이 연성화(軟性化) 혹은 합리화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권력이 더 강해야 해결될 문제들도 있다. 부동산세 도입이 대표적이다. 토지 사용권 판매 수익이 지방재정 수입의 30~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 관료들은 자기 임기 내에 최대한 토지를 많이 팔고싶어 한다. 그 결과 과도한 부동산 개발이 이뤄졌고 중국의 공실률은 2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세의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지방재정 수입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지판매 수익을 대체하는 합리적인 세원(稅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충격을 두려워하는 관료들과 기득권을 포기하지 싫은 다주택자들은 이에 저항한다. 결국 시진핑조차도 어떤 선에서 타협을 하고 부동산세 도입을 연기하고 있다.

현재의 시진핑 체제는 이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출구전략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진핑이 현명하고 올바른 지도자라고 해도 영원히 통치할 수는 없으므로 반드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1인지배 체제가 장기화될 때의 부작용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말한 '권력이 강해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후계자 육성이나 효율적 집단지도체제 복귀 등 치밀한 출구전략이 기획돼야 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재 중국 정치체제의 커다란 리스크다.

최필수 세종대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