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장기화에 긴축경영 속도내는 대기업 … 임원 줄이고 경비 깎는다

2024-01-19 14:49:29 게재

삼성전자 반도체 임원 임금 동결. SK는 "조직 66% 축소 원칙"

고금리장기화 조짐에 '글로벌저성장' 예고 … 비상경영 선언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긴축경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고금리장기화 조짐에 '글로벌 저성장'이 길어질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선제대응에 나선 곳은 SK그룹이다. SK는 지난 연말 기존 조직을 66% 가까이 축소하는 등 초긴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9년 만에 임금 동결 카드를 꺼내들며 긴축경영에 동참했다. 재계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가 비상경영 행보를 보이면서 다른 대기업으로도 분위기가 번지는 모양새다.

◆신년 키워드도 긴축 = 19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 화두는 '긴축'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고금리·고물가·저성장으로 열악한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시기에 생존을 넘어 글로벌 챔피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를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신년사에서 "구성원 모두가 비효율적이고 낭비되는 것들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삼성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 신년사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도 체감 성능과 감성 품질 등 품질 경쟁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이 처한 상황을 '초유의 위기'라고 진단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온리원(ONLYONE) 정신을 재건하자"고 당부했다.

◆저성장 대비해 몸집 줄여라 = SK그룹 전략과 신사업 발굴을 책임지는 지주사 SK㈜는 지난 연말 300명 규모의 조직을 3분의 1(약 100명)로 축소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3분의 1로 축소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전격적인 분위기 쇄신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그룹 신사업 투자를 책임지게 된 장용호 SK㈜ 사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검소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경우 적자가 지속 중인 SK온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출장 시 이코노미 좌석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과정에서 이코노미석에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SK뿐만 아니다. 최근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선제적인 긴축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임원 수와 복지를 축소하는 한편, 실적 부진이 심각한 회사들은 희망퇴직까지 받고 있다. 연말 연초 지급되는 보너스도 대폭 삭감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에서 2017년 5월(90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임원 승진자를 발표했다. 총 143명으로 2022년(187명) 대비 23.5% 감소했다. SK그룹과 LG그룹도 신규 임원 승진자가 각각 82명, 139명으로 전년 대비 43.4%, 13.1% 줄었다.

신규 임원 수가 줄어든 만큼 임원 복지도 축소됐다. 삼성전자는 승진한 부사장에게 지급하는 차량을 대형 세단 '제네시스 G90'에서 준대형 세단 'G80'으로 변경했다.

내년 1월 열리는 CES 2024와 갤럭시 언팩 행사도 내부적으로 출장자를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절감 대기업 확산 = 성과급이나 회식비를 줄이는 등 다양한 비용 절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악화 여파로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의 성과급을 축소해 지급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는 12.5%,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0%로 책정됐다. 그동안 DS부문은 대부분 최대 수준인 기본급의 100%를 받아왔지만, 올해 누적 적자만 12조원에 달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급 규모를 줄였다.

SK온은 회식비 절감을 위해 사내 구성원 전용 카페테리아를 이용한 '크로스캔미팅'(조직 간 합동회식)을 진행했다. 외부 식당에 가는 비용을 아끼면서 회식비가 기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 재배치와 구조조정 움직임도 감지된다.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LG디스플레이는 파주와 구미공장에서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작년 초에도 사무직·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 휴직 신청을 받았는데, 실적이 악화되면서 인건비 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204개사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에서 204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82.3%가 경영계획 기조에 대해 '현상유지' 또는 '긴축경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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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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