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야생동물, 탄소순환에 영향 … 기후적응 촉진 가능

2024-01-22 10:39:58 게재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정책 연계성 강화 필요

코끼리 등 대형 야생 동물이 전세계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탄소 순환 등 생지화학적 순환은 물론 지역 미기후(땅과 직접 접해있는 대기층으로 토질 등에 영향)와 비생물적 교란 체제에 영향을 미쳐 기후변화 적응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속화하는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회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22일 국제 과학 학술지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의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위한 대형 야생 동물의 역할(The role of large wild animals in climate change mitigation and adaptation)'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생물 군계에서 대형 야생 동물로 인해 증가되는 생태계 복잡성에 따라 기후변화 적응력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또한 이러한 기후 스트레스로 인한 생태계 붕괴 위험을 저감함으로써 기후변화 적응 효과가 완화 효과로 파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를 함께 해결하는 게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상황이다. 종전에 이뤄진 대부분의 연구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식생과 토양을 보호하거나 복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형 야생 동물 보전이나 복원이 기후위기 완화와 기후위기 적응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관심은 미흡했다.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550페타그램(Pg)·1Pg;109톤)의 탄소저장량 중 약 80%(450Pg 탄소(C))는 식물 바이오매스(단위 면적당 생물체의 중량)에 있다. 인위적인 행위로 인한 탄소 배출은 연간 약 10Pg 탄소이다. 지구온난화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미래 누적 순 전세계 배출량은 120Pg 탄소(또는 374Pg CO2) 미만으로 유지돼야 한다. 지구 기온 변화 1.5℃는 인류 생존 위협을 막기 위한 최종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40년 내에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에 도달할 걸로 내다봤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열린 캐노피에서 대형 초식동물의 먹이 활동과 물리적 교란을 통해 지상 탄소 축적량을 낮출 수 있다. 캐노피는 지표면에서 식생으로 덮여져 있는 거칠기층이다. 보통 식생 평균 높이의 1.5배 정도로 형성된다. 캐노피 구조에 따라 태양 에너지가 들어오는 정도가 달라지고 열과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의 순환 구조가 결정된다.

열대 우림과 같은 폐쇄형 수관(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부분, 간단히 얘기해서 숲의 머리 격) 생태계에 사는 대형 초식동물은 나무 바이오매스를 1헥타르당 최대 26~60톤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대형 초식동물의 먹이활동 등은 숲에서 어린 나무들 간의 경쟁을 줄이고 대립종(종자의 천립중(종자의 무게를 나타내는 방법) 또는 백립중이 평균치보다 큰 것) 나무의 분산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야생 동물을 통한 육상 영양분 순환 속도의 가속화는 기온 등과 같은 비생물적인 요인에 의해 제한을 받는 낙엽 분해 경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의 대부분은 야생 동물 크기가 클수록 커진다. 대형 야생 동물의 경우 낮 활동 범위가 더 크고 장내 체류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형 초식동물은 생물 군계 변화를 가속화해 식생 탄소 축적량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더 생산적인 종의 종자를 도입하거나 토양 영양분 가용성 증가를 통해 경쟁 우위를 자원 경쟁자에게 유리하게 전환시키는 식이다.

이러한 생태계 구조와 생지화학적 순환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대부분 초식동물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많은 경우 초식동물 효과는 육식동물의 존재와 풍부함에 따라 달라진다.

전세계 야생 포유류 바이오매스는 현재 7테라그램(1Tg;106톤) 탄소로 추산된다. 이는 10만년 전 후기 홍적세 값(40Tg)보다 6배 적은 수치다. 반면 인간의 총 바이오매스는 60Tg 탄소로 증가했다. 가축 바이오매스 역시 100Tg 탄소로 늘었다. 홍적세는 신생대 마지막 단계로 빙하시대로 불린다. 후기 홍적세는 마지막 간빙기와 마지막 빙하기 그리고 현재 간빙기(홀로세)를 포함한다.

[관련기사]
[세계경제와 생물다양성│인터뷰 -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기후위기로 인류 위협? 핵심이 빠졌다"
[알쏭달쏭 환경 상식] 기업 경영시 탄소감축 생물다양성까지 고려?
46개국 320개 기관 자연자본공시 도입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