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는 개점휴업? … '긴축→완화' 숨고르기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인하 어려워"
물가 2% 중반 아래 내려가면 움직일 듯
고금리 고통 지방 중소기업에 금융지원
한국은행이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시기를 보내며 '정중동'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월부터 1년째 유지하고 있는 연 3.50%의 기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정책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되서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취약부문에 대한 금융지원과 함께 거시건전성 유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은 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에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이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이 만장일치로 향후 3개월간 현행 3.50%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날 금통위 분위기와 이 총재 발언을 종합하면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한은 통화정책의 기본방향은 비교적 분명해졌다. 지난해 한은이 7차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인상을 열어놨다"고 불확실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에 긴장감을 줬던 것에 비하면 '긴축→완화'로 전환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고도 했다.
따라서 한은은 올해 상반기 예정된 세차례(2, 4,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면서 금통위원 내부의 인하시점을 둘러싼 의견을 중심으로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한 메시지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정책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은 결국 소비자물가 동향 및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과 맞닿아있다는 관측이다. 금통위 1월 결정문에서 "물가를 목표(2%)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 안팎까지 내려가는 것이 확인되어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물가전망과 관련 상반기 3.0%, 하반기 2.3%, 연간 2.6%를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 연준의 움직임이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2.00%p 수준인 만큼 미국이 금리를 내려 1.75%p 정도로 좁혀지면 한은도 움직일 수있는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이 총재는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지만, 연준의 결정이 바로 한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연준 결정은 '변수'지 '상수'는 아니라는 의미다.
국내 거시경제 흐름도 변수다. 정부(2.2%)와 한은(2.1%)은 올해 국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으로 보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심화되거나 길어질 경우 특단의 대책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한은은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한편 한은은 통화정책의 전환 여부와 무관하게 중앙은행이 수행할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고금리 장기화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다. 한은은 1월 금통위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유보분 9조원을 활용해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