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AX(AI 전환) 시대 | ① AI 일상화

AI, 스마트폰·자율차 넘어 뷰티·물류·헬스로 확장

2024-01-22 11:22:30 게재

인공지능 기능 장착 기기·서비스 상용화 가속도 … 국내외 기업들 AI 경쟁력 확보에 사활

인공지능(AI)이 인간 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알파고에서 시작된 미풍이 2022년 말 챗GPT 등장과 함께 광풍으로 변했다. 산업측면에선 일부 첨단 분야를 넘어 모든 영역에 AI가 더해지면서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AI전환(AX)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내일신문은 생성형AI를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이 산업 각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CES 2024'는 'AI 일상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실제 CES 2024는 '인공지능(AI)으로 시작해 AI로 끝났다' 할 만큼 전시장 곳곳이 온통 AI에 관한 것으로 넘쳐났다. 특히 단순히 아아디어 수준이 아니라 서비스와 제품에 완벽히 녹아든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삼성전자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공개한 갤럭시S24 시리즈는 스마트폰 가운테 최초로 AI기능을 내재화 했다. 이를 통해 인터넷 연결없이 실시간 통번역을 제공한다. 18일 서울 강남구 신세계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갤럭시 스튜디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제공


◆AI로 모든 산업 혁신 = AI 도입이 빅테크를 비롯한 IT 기업이 아닌 뷰티와 물류, 건설 등으로 확산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화장품 회사 로레알 CEO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생성형AI 기반 맞춤형 뷰티 추천서비스를 시연했고, 물류기업 월마트 CEO는 AI를 활용 소비자 구매 특성을 분석해 소비자 선호제품을 자동입고한다는 사례를 발표했다.

CES 2024에서는 AI기능을 장착한 새로운 형태 기기들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 AI 스타트업 래빗이 선보인 'R1'은 자연어 명령을 이행하는 기기다. 2.88인치의 작은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정사각형 형태다. 음성명령을 통해 휴가일정을 설계하고 사진을 편집하고, 레스토량 예약까지 한다. 외신에 따르면 래빗은 지난 9일 R1을 공개한지 열흘만에 5만대를 판매했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개한 '볼리'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AI기능를 장착한 로봇 형태 기기로 주목을 받았다. 볼리는 개인비서 로봇으로 걸어 다니거나 전화를 받으면 다가가는 등 집에서 애완동물처럼 행동한다. LG 스마트폼 AI에이전트는 바퀴 두 개에 작은 디스플레이를 갖춘 로봇으로 건강상태 확인, 환경 인식 기능 등을 갖췄다. 두 기기 모두 기존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을 벗어난 형태인 AI 로봇이 새로운 주력상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CES 부스를 둘러본 뒤 기자들의 소감 질문에 "좋든 싫든 우리가 이제 AI 시대에 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경쟁 AI가 성패 좌우 = 삼성전자가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공개한 갤럭시S24 시리즈는 CES 2024에서 확인된 'AI 일상화' 흐름을 더욱 가속시킬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AI기능을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AI 기능과 일부 AI 활용 서비스의 경우 클라우드에 접속해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AI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온디바이스AI 기능을 통해 인터넷 접속없이도 13개 언어에 대한 통번역 기능을 갖췄다. AI가 언어장벽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온디바이스AI 기능을 스마트폰을 넘어 컴퓨터 TV 등에도 탑재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AI스마트폰 선점이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애플을 견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갤럭시S24 시리즈에 적용된 온디바이스AI가 AI서비스를 혁신하고 소비자의 AI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네크워크에 접속해야 하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다 개인정보와 보안에 대한 우려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도 AI 활용 성과 = 국내 중소벤처기업들도 AI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뇌질환 영상 AI 솔루션 전문기업 뉴로핏(대표 반준길)은 스위스 전문 임상연구기관 MIAC와 협력해 유럽시장에 진출했다. 뉴로핏은 MIAC에 AI기반 뇌위축 백질 변성 분석 솔루션(뉴로핏 AQUA) 임상검증을 진행해 제품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매출 3억9000만원과 투자유치 203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상관련 AI솔루션 기업 두다지(대표 홍석환)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AI를 적용해 돌발상황을 감지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서비스를 경기도 판교 자율협력주행센터에 운영중인 CCTC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이후 국도 돌발상황 자동분류시스템 사업 2건을 수주했다. 이 서비스로 매출 13억3000만원과 투자유치 200억원 성과를 냈다.

AI솔루션 기업 넥스트이지(대표 강주영)는 AI가 기상예보와 태양광 발전량 데이터를 학습해 발전량을 예측하고 발전소 이상여부를 판별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넥스트이지는 이 솔루션을 제주에서 태양광발전소 250여개를 관리하고 있는 제주탑솔라에 공급해 예측 정확도를 시험한 결과 오차율 6.1%, 신뢰도 93.9%를 얻었다. 제주탑솔라는 이 솔루션을 59개 발전소에 적용한 뒤 지난해 8월 한달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정산금 제도'에 따라 3600만원의 부가수익을 얻었다.

◆반도체 산업 반전도 AI가 열쇠 = 대한민국 수출 주력인 반도체산업도 AI 확산에 따라 급속한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 반도체업계 가운데 AI확산 수혜를 직접적으로 보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온도차가 크다.

대표적인 수혜업체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다. TSMC는 최근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TSMC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255억3000만대만달러(약 26조7000억원)로 예상치 6183억1000만대만달러를 넘어섰다. 순이익도 2387억1000만대만달러로 전망치 2252억2000만대만달러를 웃돌았다. TSMC가 AI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1·2위인 엔비디아와 AMD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TSMC는 AI반도체의 주요 수혜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TSMC는 18일 AI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지난해 4분기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삼성전자는 시장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내놨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3나노 파운드리공정 등 AI반도체 관련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TSMC에 비해 직접적인 효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기대만큼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판매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식시작에서는 올해 초 반등에 성공했다.


◆AI 산업·생태계 급속하게 확장 = 산업 전 분야로 AI활용이 본격화 되면서 AI관련 생태계와 산업규모가 급속하게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전세계 AI 산업·시장이 당분간 연평균 30% 이상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켓엔마켓은 AI시장에 2021년 581억달러 규모에서 2026년 3095억달러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 연평균성장률 42.1%를 기록하며 가장 가파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다음으로는 소매·전자상거래 운수·물류 제조 등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봤다.

국내의 경우에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시장전망에서 국내 AI 시장규모가 2023년 2조6123억원 수준에서 2027년 4조4636억원으로 연평균 14.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같는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보다 성장할 것이로 예상도 있다. 생성형AI와 온디바이스AI 확산으로 시장변화가 활발해지면 예상히지 못한 수준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은 '인공지능 산업청사진 2035'에서 "AI는 수년 내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돼 제품의 가치와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 경제 산업 전반의 변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섭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그 변화의 중심에서 미래를 대비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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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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