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 제안하고 고객 상담까지 '척척'

2024-01-23 11:34:49 게재

실시간 최적운임으로 화주-차주 연결 … 규격 다른 물건도 알아서 이동·배치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 물류혁신 주도 … 화물선 도착시간도 85% 정확

#화주(화물운송 의뢰자)가 화주용웹사이트에 출발지 도착지 화물종류 수량 등 정보를 올리면 차주(운송기사)가 모바일 앱으로 해당 정보를 확인·선택 후 운송한다. 의뢰인과 운송기사를 '연결'하는 단순한 서비스로 보이지만 이 안엔 AI(인공지능)가 숨어있다. 화주가 요청한 화물 유형과 규모,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거리 등 운송관련 빅데이터 분석과 함께 기상 유가 계절요인 등 다양한 외부 정보를 학습한 AI가 실시간 최적 운임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주 현재 위치, 평소 운행 선호구간을 고려한 맞춤형 연결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기업과 기업간 화물이 오가는 물류 '미들마일'에서 AI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셈이다.

화주와 차주를 1대 1로 연결시켜주는 더운반 시스템 화면. 사진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이 지난해말 선보인 화주와 차주를 '1대1'로 직접 연결시켜주는 더 운반(the unban)서비스 얘기다. CJ대한통운은 "AI 기반 연결 기술과 최적 경로 탐색기술을 고도화해 차주 왕복 운송 노선을 실시간 제공하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서비스의 경우 차주가 편도로 운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돌아올 때에도 운송을 이어갈 수 있다. 한번 싣고 가면 빈 차로 돌아오는 '공차' 문제가 해소되고 차주 수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착한 첨단기술'은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물류기술연구소)가 맡고 있다.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사업 현장에 접목하는 역할을 한다. 2007년 탄생한 TES물류기술연구소는 현재 300명이 넘는 인원이 일하고 있다. 30% 이상이 석박사 출신 연구원이다. CJ대한통운 내부를 가장 잘아는 전문가들인 셈이다.

최근 물류기술 혁신을 위해 로봇 AI기술 빅데이터 컨설팅 분야 등 첨단기술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조직도 대폭 강화했다. 물류 자동화를 위해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는 기존 연구소가 담당하는 한편 사업부별로 필요한 응용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사업'에 데이터·솔루션그룹을 신설했다. '글로벌사업'에도 해외 TES담당을 새로 뒀다.

박스를 자동으로 들어올려 옮기는 AI 로봇팔. 사진 CJ대한통운 제공


물류기술연구소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물류산업에 맞춰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고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며 시스템이 사람을 이끄는 물류를 만드는 것이 TES물류기술연구소 목표"라며 "복합적인 기술들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환경에 맞게 개발하고 실제로 검증해 적용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이 사람 이끄는 물류' 목표 = 물류기술연구소 최근 관심사는 단연 AI다.

AI는 미들마일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최적 운임을 찾아 제안하는가 하면 물류센터에서 박스를 옮기는 일도 돕기 때문이다.

화물선 도착예정일을 분석해 알려주기도 하고 새벽부터 들어오는 고객 택배문의에 대답도 해준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이던 물류산업을 AI기술로 효율성과 편의성 높은 첨단산업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CJ대한통운은 팔레트(화물을 쌓아놓는 받침대)에 쌓여있는 박스의 면적 높이 위치를 인식해 자동으로 들어올린 뒤 컨베이어벨트로 옮기는 'AI 로봇 디팔레타이저'를 업계에서 처음 상용화했다.

다른 규격 박스들이 함께 쌓여 있거나 나란히 정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배치 작업이 가능하다. '비정형 패턴 박스 피킹 로봇팔'이라고도 불린다.

기존 디팔레타이저 로봇 기술은 미리 설정해 놓은 규격 박스만 들 수 있으며 지정된 위치에서 벗어날 경우 작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3D 이미지 감각과 AI 딥러닝(컴퓨터 스스로 학습) 기술을 적용해 동일한 모양이 아닌 박스들도 연속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설비 상단에 설치한 비전 카메라로 상자 면적 높이 모서리 위치를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데이터로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해 상자가 놓인 상태에 맞춰 피킹(창고에서 꺼내는) 작업을 수행한다. 팔레트 위에 쌓아놓은 상자들간 높이 차이가 있거나 모양이 다르더라도 1회 작업에 2개까지 동시에 피킹할 수 있다.

◆챗봇, 고객 맞춤법 틀려도 답변 바르게 = 물류분야 AI 활용도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젠 화물선이 언제 도착하는지도 비교적 정확히 알려준다.

'CJ대한통운 카고 트렉킹' 시스템이 그렇다. 이 시스템은 화물선이 해외 현지 항구에 도착하는 일시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예측한다.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는 이 기술을 위해 18개 기계학습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들에 항해정보 경로 날씨를 비롯 화물선 경로상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 유무, 화물선 이동거리 등 변수들을 적용해 분석한다. 도착 일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기존에는 화물선을 운영하는 선사로부터 도착일을 파악할 수는 있었고 그 정확도는 40% 정도였다"면서 "CJ대한통운 카고 트렉킹시스템이 도입된 후 정확도는 85%까지 두배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고객응대도 AI 덕을 보고 있다. CJ대한통운 챗봇은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택배 앱'에서 사용 가능하다. 학습형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했다. 고객문의부터 택배예약, 반품 접수 등 택배와 관련된 업무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엔 '문장의미 분석 기능'을 강화했다. 챗봇 질문파악 능력이 향상돼 맞춤법이 틀려도 고객이 원하는 답변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다. '시스템 데이터 트레이닝 기능'을 적용해 답변하지 못했거나 잘못 답변한 사례들을 다시 학습하고 수정해 정확도 높은 답변을 할 수 있다.

["성큼 다가온 AX(AI 전환) 시대" 연재기사]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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