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국의 기후행동
동해가스전 활용 실증사업의 시급성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2025년부터 6년 동안 총사업비 2조9500억원을 투입, 해당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를 활용한 대규모 이산화탄소 주입을 통해 2030년부터 연간 12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와 영구 격리하게 된다.
둘째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CCUS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 법은 공포 1년 후 시행 예정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필수적인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와 운영에 관한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CCUS란 발전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과 같은 산업 활동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포집해 대기 중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국내·외 육상 또는 해양 지중에 수송·저장하거나, 인간 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유용한 다른 물질로 전환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말한다.
북미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2010년대 중반부터 CCUS를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제정해 세제혜택, 정부 주도 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할 유일한 네거티브 기술
해외 선도국들이 이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네거티브 기술이고 기술적 성숙도가 높다는 점이다. 대규모 저장과 기술개발을 통해 다른 탄소중립 방안보다 비교적 단기간에 경제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활용이다. LCA란 온실가스 관리체계를 원료채취 가공 조립 수송 사용폐기 등 제품의 전과정에 걸쳐 에너지 및 자원의 사용과 이로 인한 환경영향을 정량화해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평가·규명·개선하는 수단이다. 예를 들면 전기차 경우 운행 시에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지만 충전용 전력을 생산하거나 배터리 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므로 전과정 관점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CCUS는 경제성 확보를 전제로 탄소발자국, 저탄소제품 인증, 제품환경발자국 등의 전과정평가를 통한 온실가스 관리체계에 실제적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따라서 CCUS 확산이 가속화되면 해외 선도국들은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EU가 추진 예정인 탄소국경세와 같은 무역장벽 구축에 전과정평가를 활용할 것이며, 이를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수출에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전환 과정의 완충 역할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에너지에서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적이지만, 상대적으로 탁월한 화석연료의 에너지 효율성과 국가별로 각기 다른 에너지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에너지전환 속도는 더딜 것이며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전환 과정에서 CCUS가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화석에너지 사용의 수명 연장을 위한 임시방편이 될지에 대한 논쟁은 있을지언정 CCUS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국제에너지기구 등 저명한 전문기관의 일관된 분석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전환점 될 것
동해 가스전 활용 실증사업은 국내 CCUS 생태계 조성과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해외 CCUS 선도국의 탄소 전과정평가에 의한 무역장벽 해소에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CCUS 법률에 근거한 국내 대륙붕 저장소 추가 확보와 집적화 단지 구축을 통한 CCUS의 확산, 국내 탄소시장 활성화에 따른 CCUS 경제성 제고와 국내 CCUS 지원정책 수립의 정량적 의사결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실증사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은 해외 선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국내 탄소 다배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