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감세 … 세법시행령 개정안으로 2천억 추가 감세

2024-01-24 11:11:51 게재

세법개정안까지 포함하면 추가감세 1조원 육박

방산부문 '신성장·원천기술' 포함 시행령 손질

K-콘텐츠 혜택확대, 양도세·종부세 부담 완화

정부가 또 감세 정책을 내놨다. 지난 연말부터 정부가 쏟아낸 감세정책으로 최대 10조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면서 '제 2의 세수펑크'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이런 흐름은 정부가 내세우던 건전재정 기조에도 역행한다. 4월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내용 담겼나 =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2023년 세법개정안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결혼·출산 시 3억원까지 증여세를 공제하고 월세 세액공제 한도를 연간 1000만원까지 늘리는 등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법 개정 내용을 보완하기 위한 시행령 조정 절차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부터 이번 시행령 개정까지 모두 포함해 올해 약 8500억~95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세법개정안 시행에 따라 정부가 예상한 세수감소 규모는 7546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발표 과정에서 기존 세법 개정안에 없던 세제 혜택이 추가되면서 1000억~2000억이 늘어나게 됐다.

주요 내용을 보면 △국내 모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해외 자회사에 파견한 임직원의 급여 손금으로 인정 △근로자파견 용역이나 인력공급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 등의 내용이 새로 담겼다. 또 다자녀 가구를 위해선 자녀가 취학이나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동거하지 않는 경우에도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면세하고, 농·어민의 세금 부담 경감을 위해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거나, 사후 환급이 되는 농민들의 기자재 종류(농작업 대행 혹은 임대용 농산물건조기·선별기·정선기)를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줄줄이 감세정책 =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 달 새 각종 감세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일엔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15일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 17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혜택 확대 및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 등 굵직한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과 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율 상향 등도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았지만 내년 세수를 줄이는 요인이다.

추가 정책도 예정돼 있다.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을 현재의 8000만원(매출기준)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가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는 매출액이나 업종에 따라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로 나뉜다. 간이과세자는 세율이 1.5~4.0%다. 일반과세자(10%)보다 낮게 적용된다. 기준을 상향조정하면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세 부담은 완화되겠지만 세수는 줄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매출기준을 4000만원에서 8000만원을 올렸을 때 세수가 연평균 2245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감세정책이 국민·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경기를 활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증대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정부의 자본시장 관련 세제 지원이나 민생 안정을 위한 세제 지원 규모는 세수에 부담이 될 규모는 아니다"라며 "효과도 몇 년에 걸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활성을 통해 오히려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커지는 재정부담 우려 = 하지만 우려가 더 크다.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어 포퓰리즘이란 지적도 거세다.

기재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조5000억원 이상 늘면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상 적자 비율 한계인 3.0%를 넘기게 된다. 금투세 폐지(내년 세수감 8000억원)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1조5000억원), ISA 세제 혜택 확대(2000억~3000억원)의 세수감 규모만 2조5000억원 이상이어서, 정부안이 실현되면 내년 적자비율도 재정준칙 기준을 넘길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언급한 상속세 개편이 가시화될 경우 세수가 더욱 줄어 재정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