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날로 가까워지는 중국-아세안 관계

2024-01-25 11:37:56 게재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

중국-아세안 간 무역규모는 2023년 6조4100억위안으로 아세안은 4년 연속 중국 최대 무역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중국의 2대 무역 파트너인 유럽연합(EU)과의 2023년 무역액은 5조5100억위안, 중미 무역액은 4조6700억위안으로 2022년에 비해 각각 1.9%, 6.6%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무역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순이다. 특히 중국의 대 베트남 무역은 급속히 성장했다. 여기에는 트럼프행정부 출범 후 중미 무역분쟁과 이로 인해 베트남으로 노동집약적 제조업 등이 옮긴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베트남 무역구조를 보면 일반 상품무역보다 중간재 무역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중국을 정점으로 아세안과의 공급망 구조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동시에 베트남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성원국으로서의 독특한 지정학 지경학적 우세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아세안 속속 인프라 연결 중

중국이 10여년 동안 추진해온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아세안 지역에서 인프라 구축 및 이를 통한 무역 원활화로 이어졌다. 2021년 11월에 개통한 중국-라오스 철도는 윈난성 쿤밍시로부터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새로운 국제철도 수송선이다. 지난해 12월 개통 2주년까지 수송한 여객수는 2420만명, 화물 운송량은 2900만톤을 돌파했다. 또한 중국-유럽 철도선과도 연결돼 동남아지역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상품을 직접 운송할 수 있게 됐다.

2023년 9월 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는 동남아지역에서 가장 상징적인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로 개통된 지 3개월 만에 운송 여객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142km의 거리를 45분 안에 운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성에서도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고속철도로 평가받는다. 중국의 고속철도 기술과 운행 표준이 동남아지역으로 점차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외에 중국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과도 철도를 신설하거나 철도선 연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된다면 베이징에서 출발해 충칭 쿤밍을 통과해 라오스를 거쳐 동으로는 베트남, 남으로는 캄보디아, 서쪽으로는 태국, 나아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철도 수송선이 연결될 수 있다. 아세안 지역의 상품이나 과일, 수산물이 중국의 광시나 윈난을 통과해 충칭 신장을 거쳐 유럽으로 직접 운송될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중동정세 등을 고려한다면 운송시간 단축과 비용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경제협력 분야만이 아니라 인프라 건설, 산업망, 인문교류 등을 통해 '중국-아세안 운명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전면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프라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아세안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추진된 측면도 있지만, 중국과 아세안이 일찍부터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와 동시에 아세안 중심주의에 대한 중국의 평가, 아세안 국가들의 상대적으로 균형적인 외교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인구구조와 경제발전 추세 등을 고려한다면 아세안 지역의 발전 전망이 매우 크다.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경제성장 정책 외에도 자체 내부의 협상 일치의 원칙 등은 안정적 대외관계 형성에 중요한 기초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트남을 방문, 양국 관계를 전략적 의의를 가진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로 격상시켰다. 중국은 캄보디아 라오스와도 운명공동체 새로운 5년 행동계획을 실시하고 있으며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운명공동체 컨센서스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운명공동체 관계 추진 중

아세안 지역은 선진국 중진국 및 개발도상 국가들이 균형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내부의 FTA, 역내 단기 무비자 등 통합 수준이 동북아지역보다 비교적 높은 편이다. 나아가 중국과의 산업망이 형성돼 산업 협력, 인프라 연결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은 아세안+3,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다자협력체가 가동 중이고, 앞으로도 양자 및 다자간 협력이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지역으로 점점 각광을 받고 있다.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