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세수감소 논란 커지자 상속세 완화 '속도 조절'
2024-01-25 11:24:44 게재
윤 대통령 '상속세 완화' 언급했지만
기재부는 "국민 공감대 우선" 재확인
상속세 완화하면 최소 2조원대 감세
'총선용 감세정책' 논란 커지자 후퇴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상속세 문제는 여론추이를 살펴가며 국민 공감 수준에 맞춰 추진할 사안으로 정리됐다. 상속세 개편론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운을 띄운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한달여 사이에 대통령실과 정부가 최대 10조원대 감세정책을 내놓은만큼 추가 감세정책 추진이 부담스럽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상속세 개편안 발표 일시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우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상속세 개편 방향은 =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개편 방향은 유산취득세를 도입하고 인적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기재부가 발주한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법제화 연구 용역도 이르면 다음 달 마무리된다.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이다. 피상속인의 재산 총액을 상속세 부과대상으로 세액을 결정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 상속인이 취득하는 재산 크기에 따라 세액이 결정된다. 상속세 부과대상이 나눠지면 누진세 체계에 따른 세 부담이 줄어든다.
또 현행 과세표준 구간에 따르면 1억원 이하는 세율 10%, 30억원 초과는 세율 50%로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의 최대주주 할증 20%까지 합산하면 최고세율은 60% 수준이다. 현행 세율을 어느정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재부 판단이다.
아울러 연결된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등 상속세 인적 공제 제도에 대한 확대 논의도 같이 손봐야 한다. 현행은 기초공제 2억원, 성인 자녀 1인당 5000만원, 배우자 공제는 5억원부터 최대 30억원까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면 기업의 경영활력을 지원하고,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수준이다. 또 OECD 24개국 중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덴마크를 제외한 독일, 일본 등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세수감소분 대책마련부터 = 문제는 상속세제를 완화하면 그만큼 수조원대 세수 감소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재원마련 대책이 패키지로 묶여있는 셈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유산취득세 도입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상속인 수에 따라 2명의 경우 6379억원에서 4명은 1조2582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인적 공제 범위를 확대하면 세수 감소 폭은 더 늘어난다. 우리나라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는 국가 중 유일하게 배우자 공제 한도를 설정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기초공제 2억원을 적용하고 배우자 공제를 2배로 확대하는 경우, 6364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만약 기초공제를 3억원으로 확대하고, 배우자 공제를 2배로 확대하면 9896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대통령 발언 수습 바쁜 기재부 = 기재부는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상속세 개편 관련 찬반양론을 듣고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 상속세는 선진국보다 너무 높고, 기업 지배구조를 왜곡하는 측면이 있지만 한편에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며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것으로 실제로 추진하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생각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얘기를 많이 듣고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정훈 세제실장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많은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서 신중하게 검토·추진해 나가야 할 사항이어서 일정을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기재부 한 관계자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의 상속세 발언은 기재부와 협의된 것이 아니다. 그날 토론 분위기에 따라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속세 개편으로 예측되는 세수 감소분만큼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세원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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