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선배세대와 꼰대이즘
“우리도 선배세대를 부정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었는데 뭘 그리 걱정하나. 당연한 과정인데….”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세대갈등 젠더갈등에 한탄을 하자 한 원로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학자이자 현장에서 보다 좋은 사회를 위해 한평생을 헌신한 그였기에 다소 의아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극단적인 분열을 부추기는 현실에 대해 그는 담담했다. 평소 잘못이 있다면 좌우 신구를 막론하고 송곳처럼 날카롭게 지적해왔던 그답지 않다고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현상을 판단하는 방법이 이미 후배세대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불현듯 한 시민사회 활동가와 얘기를 나눴을 때 일이 떠올랐다. 50대 환경운동가 A씨는 10~20대 활동가를 꿈꾸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교육했을 때 크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활동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설명하고 체험하게 하는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런데 해당 교육기간이 끝나자 전원이 활동가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힘든 걸 몰랐을 테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는데 뭘 그러냐’며 웃자 그는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유가 의외였어요. 보수가 적어서도 일이 힘들어서도 미래가 불투명해서도 아니었죠. 활동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더군요. 이전 세대들이 어떤 이슈를 주류화하기 위해 조직을 꾸리고 운동하는 방법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그들은 활동가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활동가의 꿈을 꾸고 있어요. 우리와 뭔가 다른 방식으로 말이죠.”
실제로 최근 시민사회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촛불항쟁 전후로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건 분명하다. 과거와 달리 어떤 특정 문제가 불거지면 사이버상에서 나이와 성별 지역을 막론하고 모인 뒤 해결이 되면 흩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실 선배세대들의 방식과 청년들의 방식 중 어떤 것이 맞다고 운운하는 일 자체가 불필요하게 된 지 오래다. 이미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선배세대들보다도 더 좋은 결과들을 거두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 원로교수의 말이 맞아떨어지길 바란다. 이미 선배세대들은 그동안 종전 정치와 선을 긋고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하지만 늘 도돌이표였다. 보수 진보가 한통속인 아수라장을 주류세력들이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행히 청년세대들은 세대교체라는 사회적 열망을 이용하려는, 불순한 세력들이 누군지 판단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있다. 과거 우리 선배세대들이 후배세대들에 대한 걱정과 달리 후배세대들이 잘 해냈던 역사처럼 말이다.
김아영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