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 수사단장-사령관 법정 대면

2024-02-02 00:00:00 게재

김 사령관 "지시 어기고 이첩" 주장 … 박 대령 “명예로운 선택 하시길”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약 6개월 만에 법정에서 대면했다. 김 사령관은 이날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가 없었다면 해당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 향하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김 사령관은 1일 용산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2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종섭 장관이 이첩을 보류하라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면, 사령관은 이첩을 막을 특별한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박 전 단장측 변호인 질문에 “장관님 지시가 없었으면 정상적으로 이첩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명시해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해병대 수사단 보고를 받고 서명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튿날 출국을 앞두고 보류를 지시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을 포함해 수사단 전체 인원이 잠 안 자고 열심히 노력한 것을 충분히 인정한다. (조사)한 것에 대해 (내가) 신뢰한 건 인정한다”며 “이첩 전까지 수사단에 수사를 위한 모든 권한과 여건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수사 내용은) 이첩보류 지시와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며 박 전 단장이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이첩했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 사령관이 당시 이 전 장관의 군사보좌관이던 박진희 육군 소장(당시 준장)과 보고서 이첩 보류에 대해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메시지에서 김 사령관은 박 전 보좌관에게 유족 여론 악화 가능성과 야당의 쟁점화 등을 이유로 수사결과의 경찰 이첩을 늦추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메시지가 결국 사령관 생각 아니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 판단을 글자 하나도 안 바꾸고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8월 2일 박 전 단장의 부하와 통화하면서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단원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직 해병대 사령관이 군사법원 공판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법원에 증인 신문 일정을 미뤄달라는 신청서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박 전 단장은 법원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지금이라도 사령관으로서 명예로운 선택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출석길에는 약 20명의 해병대 전우회 회원들이 박 전 단장과 함께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저를 둘러싼 모든 일이, 채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됐다”며 “채 상병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떳떳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올해는 모든 일이 올바르게 정의되는 사필귀정의 해가 되도록 국민 여러분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전 단장은 또 “사건 이후로는 (사령관과) 일절 접촉한 적이 없다”며 김 사령관을 만나는 게 지난해 8월 2일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