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전당원 투표 논란’, 이재명 ‘리더십 문제’로 번졌다
민주당에 넘어온 선거제 결정, 벼랑 끝까지 늦춰 놔
내부 의견수렴만 거치고 조율·결단 부재로 분란 가중
“늦출수록 총선 악영향 … 넓은 시각, 빠른 결정 필요”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이재명 당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명확한 입장 표명과 행동을 요구해왔던 목소리와 달리 이 대표가 유보적인 입장이나 ‘원칙론’만 강조했던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로 해석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병립형 권역별비례대표제를 놓고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튀어 나온 ‘전당원 투표’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문제를 당원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으로 옮겨갔다. 실제 전당원 투표를 할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2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든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든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중지를 모아 지도부 입장을 속도감 있게 내놔야 했다”며 “이 대표가 지도부 입장을 내놓고 의원들을 설득하고 대국민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하면 될 일인데 계속 결정을 미루다가 결국 당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신년기자간담회에서도 선거제와 관련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하는 외부세력들을 규합하겠다는 의원 80여명이 연서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연동형과 병립형을 놓고 의원들이 반반씩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위성정당 금지 법안을 냈던 민주당 의원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면서 병립형을 선호하는 지도부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도부는 오래 전부터 병립형으로 회귀하면서 ‘전국형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꿔 비판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 최고위원은 “의원들은 병립형과 연동형으로 갈라져 있는데 지도부는 병립형으로 모아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따라서 지도부가 내심 무게중심이 옮겨져 있는 ‘병립형 회귀’에 대해 당내 의원들을 설득할 자신감이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는 ‘전당원 투표’를 전가의 보도로 내세웠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정의당, 진보당뿐만 아니라 신당, 진보시민단체까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참여연대는 “이재명 당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지지자들과 국민들을 설득해 적극적으로 개혁에 나서고 그 결과에 책임은 지려하지 않고 되려 당원투표 뒤에 숨겠다는 것은 민주당이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정당임을 자인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선거제에 대한 전당원 투표는 “필요하면 (전당원투표를)하겠다고 해서 사무처에서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한 것이 과도하게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고는 “만약에 전당원투표를 한다 하더라도 1안과 2안(중 하나)을 선택해 달라 이런 방식이 아니라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정해서 의원총회에서 추인 받고 그 안을 당원들에게 물어서 다시한번 당원들로부터 동의를 받겠다는 절차적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안 중에서 당원들의 힘을 빌어서 지도부가 책임을 떠넘기겠다 그것은 잘못된 얘기”이라며 “오늘이나 늦어도 이번 주말 안으로는 (지도부의)입장이 (정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당원 투표’ 논란이 해프닝으로 끝나더라도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내 모 핵심 인사는 “팬덤이나 적극 지지층의 과도한 행동에 대한 입장표명, 자신이나 돈봉투 등 사법리스크, 당내 다양한 의견에 대한 대응 등에서 과감한 결정과 행보 없이 우유부단하게 대응하거나 결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여당이나 신당들에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는 데 민주당은 정작 야당이면서 너무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했다. 이 대표의 명확한 행보와 신호가 없다보니 당내에 분란이 커지면서 ‘리더십 부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모 의원 역시 “이 대표가 다소 조급해하면서 좁게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과 함께 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팬덤정치에 대해 과감하게 선을 긋고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이다. 당내 결정사안에 대해서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의견수렴을 거쳐 빠르게 결정해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는 “선거제도는 어차피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결정이 늦어질수록 선거에 가까워오기 때문에 선거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