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의 ‘윤석열 정치검찰’ 고발서
이성윤 저, 그것은 쿠데타였다
검사 이성윤. 그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검찰 조직에선 ‘아웃사이더’로 분류된다. 검찰개혁의 편에서 검찰은 물론 이제는 정권까지 장악한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대립해온 탓일 게다. 이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최초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출금금지 수사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를 당하기도 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감찰과 징계를 받는 신세다.
그런 그가 ‘그것은 쿠데타였다’라는 책을 냈다. 지난해 11월 ‘꽃은 무죄다’를 발간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전작이 사실상 유배 당한 처지에서도 굴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면 신작에는 가난한 시골 출신 소년이 검사가 되어 30여년간 검찰에서 근무해온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가 경험한 ‘윤석열 정치검찰’에 대한 기록이자 고발서다. “직설화법으로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설 것”이라는 저자의 말대로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면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부딪쳤던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업무방해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채널A 사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검찰 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 책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일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자 정부와 여당은 이를 거부하며 ‘문재인정부의 검찰이 수사했지만 기소조차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이 바로 이 검사다. 그는 “그때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성윤이었다고 말할 게 아니라 검찰총장이 윤석열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전한 ‘인사권을 가진 총장이 모든 사건을 지휘하며 일선 검사들에게 영향을 미치던’ 당시 검찰 분위기를 알게 되면 이해가는 주장이다.
이 책에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검찰생활을 함께 하면서 그가 보아온 윤 대통령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눈치 챘겠지만 제목에 등장한 ‘쿠데타’는 윤 대통령의 집권을 지칭한다. 저자는 윤석열 사단을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유하면서 “전두환은 총으로 위협했고, 윤석열은 국민과 인사권자에게 기만전술을 사용한 점이 다를 뿐 쿠데타였다”고 규정한다.
이 검사는 윤석열 사단을 하나회에 비유한 발언 등으로 오는 14일 법무부에서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그럼에도 윤석열정부를 향한 그의 비판은 거침없다. 그가 본 윤 대통령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 ‘서초동에서 용산으로 집무실만을 옮긴 검찰총장’에 불과하다.
비판은 검찰로까지 향한다. 그는 “비리검사를 탄핵”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차라리 검찰을 없애는 게 낫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이 오랜 기간 몸담아 온 검찰을 폐지하는 것이 저자가 원하는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다. 책에는 압수수색 제도의 개선, 수사와 기소의 분리, 수사기관 불기소에 대한 감시 등 오랜 기간 검사로 일한 경험에서 나온 구체적인 개혁방안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