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는 오늘 행복합니까
“누구나 그러하듯이 사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저항 속에 사는 것 같다.”(장욱진, ‘저항’ 동아일보 1969.6.7.) 최근까지 덕수궁에서 열린 장욱진 회고전을 들어가면서 마주한 글귀다. 왜 굳이 저항이라고 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마냥 유쾌할 수만도 없고, 결과가 비참할 때가 많은 데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고 좋아하는 일에도 고통이 따른다는 말이다.
행복을 추구하기 어려운 세상
요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경제가 어렵고, 기회가 박탈되고, 평등하지 않은 세상이라서 취업이나 결혼, 내집 장만이나 자녀출산과 같은 일을 감히 하기 어렵고 행복을 추구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헬조선 흙수저 이생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불행을 자처하기도 한다.
일면 공감되면서도, 그렇다면 이 시대에 비슷한 조건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다 불행해야만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갸우뚱하다. 비슷한 곤란한 상황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결국 행복은 개인의 선택에 있다.
행복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강남에 빌딩 한채와 현금 50억원 정도를 갖고 있으면 얼마간 행복할지도 모르겠으나 그 행복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미국 속담에 “하루가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고, 일주일이 행복하려면 여행을 가고, 한달 행복하려면 집을 사고, 일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평생 행복하려면 봉사하라”는 말이 있다. 진짜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거나 노력의 결과로 얻어질 직장, 보상, 안정적인 삶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행복하기 어려운 상황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살다보면 상황은 언제든 변한다. 하는 일마다 잘 풀리고 더 평안한 시기도 있지만 더 불편한 상황이 닥치기도 한다.
상황은 우리를 불편하게 할 수 있지만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물론 사회적 부조리와 구조적인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해결되도록 꾸준히 힘써 노력해야만 하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다.
봉사와 기부하는 곳엔 행복 넘쳐
행복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어쩌면 사랑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 미카엘이 얻은 3가지 답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고,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랑을 많이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많이 베푼다고들 하는데 필자는 ‘좋은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좋은 사랑’을 베푼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를 다루는 것은 좋은 사랑이 아니다. 좋은 사랑은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에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 사랑은 오래 참아야 하고, 온유해야 하며, 시기나 자랑이나 교만함 없이 그저 섬기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행복이 드물다고 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행복이 넘쳐나는 곳들이 있다. 바쁘고 먹고살기도 힘들지만 나라와 사회, 이웃을 위해, 나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기부하는 이들이 있는 곳에는 늘 웃음이 끊이지 않고 행복이 전파된다.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 하라.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